고래잡이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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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잡이의 추억
삼십 저물녘부터 옛날 흙밭 지치던 자치기가 생각났다.
한숨팔이 세상에서 자치기가 생각난 건 호사롭다는 거다.
기억을 뒤척여도 십리안에 초원은 사라지고
바다도 쓸어담을 고래목구멍같은 그물이 걸린 고목기둥앞에서
마치 포경선 어부가 고래정수리를 찌르듯이 검무질을 배워본다.
수만번 과녁을 찔러서 고래잡는데 삼년은 족히 걸렸다.
사십이 넘었으니 타이거우즈호를 타고 이제 바다로 가자.
알록달록 어부의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작업을 준비한다.
길고 짧고 굵은 쇠검들을 무거이 들고도 바다에선 환희롭다.
드 넓고 푸른 초원은 온통 신천지의 고래세상이다.
나는 이제 5시간 남짓 고래를 잡으러 왔다.
낭패다. 기대한 고래가 이 바다엔 하나도 없다.
그 많던 고래들은 잠수해 버리고 휑하니 갈매기 뿐이다.
주변의 배들도 섬들도 사라지고 온통 갈매기와 멸치떼다.
이 넓은 초원에서 고래찾아 헤매는게 수도승같다.
그렇게 사십 저물녘이 되어서도 나는
태평양을 담은 고래목구멍같은 그물에서 고래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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