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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용] 번뇌무진서원단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750회 작성일 16-11-30 17:30

본문


번뇌무진서원단(煩惱無盡誓願斷)

내가 지니지 못한 것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산산히 뒤집혀지는 칠정오욕(七情五慾) 충만의 나에게서
긴 한숨 같은 날마다의 호흡에서
이 검은 세상이 돋아내는 끔직한 소름에서
이제는 형식만 남은 사랑에서
걸핏하면 징징거리는 눈물에서
오래 전에 낡아버린 그리움에서
실신할 듯 견디어 내는 무미(無味)한 세월 속에서
고작 두려움이 없는 꿈이나 꾸는 시시(詩詩)함에서
나 때문에 불행해진 모든 사람들에게서
시린 뼈들이 잠자는 묘지의 꽃 같은 추억에서
생각할수록 너절한 쓰레기통 같은 나에게서
애초에 원래 없었던 이 모든 것들의 믿음에서
염치좋게 티 없는 자유를 탐(貪)하며,
살아온 어두운 힘

이제, 그만 놓게 하소서


                                               - 안희선


* 煩惱無盡誓願斷 : 이 다함이 없는 번뇌를 끊게 하소서




해질 무렵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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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호른오보에로님의 댓글

profile_image 호른오보에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와 마치 산자락들의 절경같은 표현의 깊이를 봐요
감탄이 밀려오면서 부들부들 떨리네요.
나는 언제 이런 경지에 도달하려나 궁금하기도 합니다.

"시린 뼈들이 잠자는 묘지의 꽃 같은 추억에서"

이 시의 키워드 같은 이같은 표현의 진수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흡족하게 하는게 아닌가 합니다.
저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안시인님

안희선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퇴고랄 것두 없는 졸글이지만..

암튼, 나는 情마저 없이 살았던가? 하는 생각에서


부족한 글에 과분한 말씀, 주시네요

격려의 의미로 받습니다

감사합니다
호른오보에로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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