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용] 번뇌무진서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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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뇌무진서원단(煩惱無盡誓願斷)
내가 지니지 못한 것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산산히 뒤집혀지는 칠정오욕(七情五慾) 충만의 나에게서
긴 한숨 같은 날마다의 호흡에서
이 검은 세상이 돋아내는 끔직한 소름에서
이제는 형식만 남은 사랑에서
걸핏하면 징징거리는 눈물에서
오래 전에 낡아버린 그리움에서
실신할 듯 견디어 내는 무미(無味)한 세월 속에서
고작 두려움이 없는 꿈이나 꾸는 시시(詩詩)함에서
나 때문에 불행해진 모든 사람들에게서
시린 뼈들이 잠자는 묘지의 꽃 같은 추억에서
생각할수록 너절한 쓰레기통 같은 나에게서
애초에 원래 없었던 이 모든 것들의 믿음에서
염치좋게 티 없는 자유를 탐(貪)하며,
살아온 어두운 힘
이제, 그만 놓게 하소서
- 안희선
* 煩惱無盡誓願斷 : 이 다함이 없는 번뇌를 끊게 하소서
해질 무렵의 기도
댓글목록
호른오보에로님의 댓글

와 마치 산자락들의 절경같은 표현의 깊이를 봐요
감탄이 밀려오면서 부들부들 떨리네요.
나는 언제 이런 경지에 도달하려나 궁금하기도 합니다.
"시린 뼈들이 잠자는 묘지의 꽃 같은 추억에서"
이 시의 키워드 같은 이같은 표현의 진수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흡족하게 하는게 아닌가 합니다.
저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안시인님
안희선님의 댓글

퇴고랄 것두 없는 졸글이지만..
암튼, 나는 情마저 없이 살았던가? 하는 생각에서
부족한 글에 과분한 말씀, 주시네요
격려의 의미로 받습니다
감사합니다
호른오보에로 시인님,
노정혜님의 댓글

감사합니다 건 필하소서
안희선님의 댓글

부족한 글에 늘, 머물러 주시니..
고마울 뿐입니다
노정혜 시인님,
늘 건안. 건필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