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안녕히] 가다, 무덤 없이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가다, 무덤 없이 / 안희선
아픈 시간도 널널하고
시원스레 승낙한
하루 몫의 까칠한 여유
이윽고 요란스레 쏟아져 나오는,
그 길고 짧은 시어들, 屍語들
- 어쩌면 만장(挽章) 같은
타령들, 가락들
그것들은 제나름대로의
장송곡을 닮아가고
하긴, 누구나
못 다 마치고 떠나가야 하지만
그런데, 왜 그토록
안절부절 세월을 서두르게
했을까
누구는 세상의 한 모퉁이에
그럴듯한 무덤을 남겼다는데,
이승에 사랑도 하나 없이
홀홀한 몸 한 삽 떠서
해 질 무렵
어두워지는 거리에 뿌린다
애꾸눈, 검은 옷차림으로
더 이상의 미련은 없이
Goodbye My Friend
댓글목록
쇄사님의 댓글

깊은 속내야 내 속이 아니니 모르겠으나
읽다가
덜컥! 하는 건
내 속과 꽤 닮았다는 거.
누구는 세상의 한 모퉁이에
그럴듯한 무덤을 남겼다는데,
이승에 사랑도 하나 없이
홀홀한 몸 한 삽 떠서
해 질 무렵
어두워지는 거리에 뿌린다
여러번 읽고 갑니다.
안희선님의 댓글

기양을 읽으며, 저 역시 많은 생각을..
깊은 속내라 할 것이 무에 있겠습니까
인생사표를 쓰는 처지에
다만, 평생토록 시에게 미안했다는 말 한마디 하고 싶을 뿐
귀한 걸음으로 머물러 주셔서 고맙습니다
쇄사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