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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 / 임소우
새벽녘
태양이 지배하기 전
혼돈의 시간에 회현역과 서울역사이 즈음
그들의 얼굴에는 어떠한 환희도
그러나 또 어떠한 절망도 찾을 수 없다.
차갑고 딱딱한 피부는 세월과 함께 겹겹이 쌓여
표정을 숨기고 오직 그들이 버려온 삶, 그 양만을 드러낸다.
덜컹거리는 한 량의 이동수단 안에서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왼쪽 눈 아래 피부 한 점만이
딱딱한 피부를 뚫고 표정을 만들어 내고자
꿈틀 거린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들의 손은 반복된 종착역을 체득 했기에
차가운 중력의 무게를 딛고
그러나 그보다 다 차가운 은색 봉을 잡고
몸을 일으킨다.
두 개의 문이 서로 토한 것을 삼키며
태양이 지배하는 지상의 세계를 항해 반복적인 탈출을 한다.
관찰자의 시선을 서두고
빈 좌석 뒤 유리창이 어느덧 역 사이를 건널 때
비로소 깨닫는다.
그들도 관찰자였음을
한 손은 차가운 내 피부를 더듬으며
다른 한 손은 빈 가방 속 망치를 찾아 헤맨다.
깨버려야 하는 것이 여기 있음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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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장희님의 댓글

그들도 관찰자 였다는 말에 동감 합니다.
저도 관찰이라는 시를 쓴 적이 있는데 넘 잘 쓰시네요.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늘 건필하소서, 임소우 시인님.
임소우님의 댓글

이렇게 꼼꼼하게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활동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