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생각의 이끼들 > 창작시

 검은 생각의 이끼들 /

  높은 하늘에 검은 이끼가 가득하다

 맑은 생명의 빛을 가리고 있는

 저 이끼는

붉은 함성을 딛고 올라가 펼쳐놓은,

지상의 정의를 덮어 쓴 탐욕의 허울

두더지처럼 튀어나오는 의문들을

시간의 덮개로 잠재우려는 이끼들

 함성을 이간하려는 음모의 이끼들

 내리쬐는 밝은 만물의 빛을 가리며

 오직 선택 된 자들만이

그 빛을 받을 수 있다는 우월감에

 스스로 죽어가고 있는

 저 이끼는 검은 생각의 이끼

서로 손잡고 껴안고 웃음 지으며

서로에게 죽음의 뜰망을 던지는 이끼

 제자리 뛰면서 앞으로 간다고 생각하며

 더 넓게 자라고 있는 검은 생각의 이끼

 정의로운 절대 다수의 약자를 위하여서

스스로 먹이 감이 될 수도 없는 저들이

 지상 습지에서 바튼 기침하는 이들에게

한 줄기 빛을 내어 줄 수 있는

아주 작은 태양이라도 될 수가 있겠는지

한 번의 검은 이끼가 걷히면

또 다른 검은 이끼가 조심스레

그 자리를 돌며 소리 없이 나래를 펴는,

우리 허공을 점령하는 저 검은 이끼는

노련한 검은 생각의 이끼들

별반 다를 바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