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병의 부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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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병, 담배 연기속에 부고장을 날렸다
이 세상은 너무쓰다 한많은 소주병은 그가 담은 눈물이구나
미생의 마지막 가시는 길
달디단 꿀단지에 온갖 파리들 벌떼들이 기생하더니
꿀단지는 동나고 꿀이 있던 자리는 벌레의 차지라서 술푸고
청량한 장송들은 추위를 맡대었건만
바랜 잎들속에 연기는 스며들수 없어
하늘위로 온통 수묵화로만 생의 이력들을 수놓았고
이것이 유언장이구나
그가 살다간 고시원 한칸의 방엔
작은 상다리가 널부러져 황량한 비명도 없이
그렇게 마른 몸을 감싸는건 검정비닐 봉지라서
그것이 친구인냥 우짓지 않은 디스플러스는 하 입벌리고
한개비의 향을 내주었구나
왜 유독 독한 향내음을 마시고 짙은 한숨을 내어 뱉었는지
짧아진 꽁초는 말이 없고 그 흔한 종이컵도 없어
나발을 불던 뚜껑은 열려 있었는지 소주병 주머니는 꽁꽁이 묶여
그가 들어갈 밑바닥의 무덤같고
입가로 한개비를 꺼내어 부나방을 빨아 붙여주고는
편안 하시라고 고즈넉히 응시하곤 돌아서
흠칫 가슴을 쓰다듬고
그가 가신 정원 계단을 내려온다
댓글목록
호른오보에로님의 댓글

오늘 제가 사는고시원 옥상에서 아는 형님이 계시길래 반가히 인사하곤 담배를 피웠습니다.
며칠전 아는 형님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며 마음이 편치않다고 하셨습니다.
그분이 알고 보니 제 옆방에 계시던 분이더군요
저도 몇번 식당에서 마주치고 인사하면서 지낸 분인데
팔에 붕대를 감고 목에 파스를 붙히셨던 모습이 조금 안스러웠습니다.
제가 어제 그 옥상에서 술병을 발견했고 담배가 있길래 챙겼습니다.
조금은 낌새가 이상하다 여겼는데 그것이 그분이 남긴 마지막 유품이었습니다.
왜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셨는지 너무 슬프고 마음한켠이 싸하며 많이 아쉽습니다.
이렇게 시로 그분이 가시는길 결례인지는 알지만
그래도 이렇게라도 그분을 기억해 주고 추모해 주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되어 한편의 글 올립니다.
호른오보에로님의 댓글

다 태울때까지 가지고 있겠습니다.
그리고 잘은 모르고 얼마나 삶이 힘드셨을지 모르지만
한개비 태울때마다 위로해줄께요
미소가 아름다웠던 옆방 아저씨
힐링님의 댓글

한 생의 끝은 언제나 아쉬움이 남게 마련이고
함께 한 공간에서 미래는 너무 먼 것이기에
먼저 하늘의 문을 열고 들어간 그 끝은 산 자의
아픈 명령을 어쩔 수 없음과 시대의 아픔까지 겹쳐
생의 물음에 답할 수 없음에 먹먹해집니다.
보내는 마음과 어루만져 수 없는 마음
이것이 우리의 생 앞에 놓여진 숙제인지 모릅니다.
이 숙제 한 페이지를 하면서 남겨놓은 답 앞에서
위로라는 답 하나 올렸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호른 오보에로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