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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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은 통로를 따라 고시원 32호에 멈춘다
가방에 든 방문키를 꼽고 제깍 돌려본다
금방 평온을 찾는건 낯설지 않은 이타감 따윈 개념없어
샤워도구 장전 반바지 반팔 갈아입고
진열 옷장에 잠바들 땀내음 나던 작업복이
현장의 파노라마를 버무린양 먼지들이 빌붙어 한바탕 염을 해댄다
자기도 빨아달라고 온통 구김살 찌푸리곤 시위를 벌이는 거라나
구멍숭덩숭덩한 바지를 꿰매면 다시 일상을 돌아가는 세상은
다친 사지는 울음만 처량히 늘어놓아도 약발라주면 괜찮다
버너에 라면을 끌여 냄비뚜겅 들썩이도록 굿을 하면
사지가 늘어지는 면발은 벌겋게 우러난 국물에 잘도 풀어져
소주와 곁들인 저녁상에서 하루치의 간기를 달래는 판도라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보물이란다
리모콘, 엄지손은 바빠져 제멋대로 돌아가는 TV
세상의 이야기를 주워담고는 자지러지게 광고를 해댄다
후루륵 안주삼아 눈 코 입 귀 질겅질겅 깜박깜박 쫑긋쫑긋 킁킁
안주 삼매경 단촐한 식후경, 이모든 여행들,
작은 열쇠를 돌려대면 피곤한 심신을 달래주는
익숙한 채널이 열리고
아침이 반겨주는 일상으로의 초대가 차르르 열리고
댓글목록
힐링님의 댓글

사람의 구석진 생들의 파노라마를 하나하나 영상으로 담아
우리 앞에 비쳐주는 이 현장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생은 무엇이고 죽음은 무엇인지를 극명하게
명암을 달리 해서 보여주는 이 현장의 박진감이
시의 긴장감을 높여 우리를 우리를 엄숙하게 합니다.
호른 오보에로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