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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밉기로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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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헤엄치는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58회 작성일 16-11-08 01:56

본문

떠돌이 개는 가여워서 미우다.
왜 연민을 느끼게 하는지.

스님도 비겁해 보여 미우다.
속세 멀리서 혼자 평안을 얻다니.

가톨릭이 미우다.
지옥일지 모를 현실에서
미사로 구원받다니
난 신은 무작정 증오하려 믿었는데.

모든 게 미운 날들이었다.

작은 풀꽃도 짓밟힐 주제면서 피어나다니
보노라면 어엿이 좋은 느낌만 퍼진다니
남들한테 고작인 나보다 낫다고 여겨져 미우다.

귤을 먹는데 신 것이 셔서 밉고 달면 달아서 미우다.
딱 적당하면 그리 맛있게 익도록
농부의 손길과 자연의 축복 잘 받은 거라 녀기니
질투 나서 밉겠다.

모든 게 미운 날들이었다.

밤을 내어오느라 부지런히 꿰맨 별들도 밉다.
검은 눈동자에 슬피 흐르는 반짝임과
저 총총함이 조롱하듯 닮았으니 미우다.

달아, 쓰잘머리 없이 뽐을 내 미우다.
직성 풀릴 때까지 그 밤을 내내 어여쁘려고
얼마나 많은 이를 애태웠느냐.
신이 너로 예술가한테 받는 저작권만 해도
밤낮을 창조하셨다 기리사
신자 유지는 걱정 없겠다.
아름답긴커녕, 이미 정복된 불모지일 뿐인데도, 바보 같기는.
모든 것이 어리석어 보였고 사무치게 미운 날들이었다.

숨과 날숨이 동시지 못 하는 호흡 기관이 미우다.
서로를 알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일만 같아.

그 세월을 무엇이든 미울 수 있는 각오였는데
단 하나 나도 모르게 고우다고 말해버렸다.

너는 고우다.
너만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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