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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가벼운 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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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밀감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50회 작성일 16-11-08 09:10

본문

이토록 가벼운 감기

 

 

기침은 속 싶은데서 오래였다

버릇처럼 찾아오는 이 병은 낫기를 포기했는지

노트에 끄적거린 처방문은 이제 효험이 없다

생각해보니 내 언제 울고 난 후에

손발을 깨끗이 씻은 적이 있었던가

감기에 걸리기에는 오늘은 너무 날씨가 좋아

약을 먹지 않아도 괜찮아 질 거란 걸 알고 있다

그 때, 그 눈빛, 네가 속삭였던 그 말

열병, 열병, 열병처럼 구체적인 체온도

시간에 증발하며 자꾸만 자꾸만 식어가겠지

그래서 나는 감기에 걸렸을 때

그저 푹 쉬면된다는 말을 증오한다

하지만 아직은 내 몸의 면역체계가 정지한 시간

아플 때는 아프다고 그렁거릴 수 있는 시간

나는 밤새도록 너를 옮겨 적는다

풀 수 없는 문제, 풀려서는 안 되는 문제를

 

어째서 내 엄지는 새끼손가락과 만날 수 없는가

어째서 내 왼쪽 눈은 그토록 오른쪽 눈을 그리워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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