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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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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한량백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752회 작성일 16-11-0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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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나무


한동윤


그대는 얼마나 시린 가슴으로
터진 손끝의 핏방울로 열매를 맺었던가
어제는 겨울의 눈물에 흠뻑 젖었다가
오늘은 낙엽을 단 낚싯줄을 뿜어내는 바람에
손 끝 마다마다 부르터 갈라지고
그렇게 찢어진 상처 틈새로 봉오리가 맺히고
그 꽃망울에선 꿈에 부풀어
부끄럽게 웃으며 드러낸 입술 새로 이를 자랑하는
불그레한 석류가 난다

그대의 손끝에서 난 아기를
고이 보살피고 싶어서 그댄
손 끝에 고이 매달아 둔다 그대의 사랑을
그대의 손길로 석류는
지나가는 이들의 주목을 받고
새끼강아지의 풋내에 귀염을 느끼듯
몇 몇은 기어코 데려가겠다고
그대의 핏줄을, 그대의 피붙이들을,
아직 아물지도 않은 그대의 상처에서 떼어내 간다

살이 떨어져나가는 아픔을
다시 한 번 느끼면서
예전에 살점이 뜯기는 걸 느끼며 얻었던
그대의 낫지 않은 딱지에서 낳은 자식을
몇 달도, 아니 며칠도 보지 못하고 빼앗긴 그대

더는 잃을 것이 없다는 듯이
그댄 눈물도, 피도 흘리지 못하고
숨이 멎은 채 그대의 생식을 멈추고 시들어간다

여위어가는 그대에게선 상실의 여운이
오랜 세월 뿜어져 나온다

뼈가 으스러져라 낳은 석류들은 어디로 갔을까
하루 하루 하루를 생각하면서
더 이상 다시 낳을 힘조차 없는
그대의 꽃잎은 이젠 파래질 기미가 없다

담벼락 아래 야생화들은 해마다 다시 피어
날마다 주위의 눈길을 받고
누가 뜯어가도 해마다 새아기를 낳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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