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류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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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나무
한동윤
그대는 얼마나 시린 가슴으로
터진 손끝의 핏방울로 열매를 맺었던가
어제는 겨울의 눈물에 흠뻑 젖었다가
오늘은 낙엽을 단 낚싯줄을 뿜어내는 바람에
손 끝 마다마다 부르터 갈라지고
그렇게 찢어진 상처 틈새로 봉오리가 맺히고
그 꽃망울에선 꿈에 부풀어
부끄럽게 웃으며 드러낸 입술 새로 이를 자랑하는
불그레한 석류가 난다
그대의 손끝에서 난 아기를
고이 보살피고 싶어서 그댄
손 끝에 고이 매달아 둔다 그대의 사랑을
그대의 손길로 석류는
지나가는 이들의 주목을 받고
새끼강아지의 풋내에 귀염을 느끼듯
몇 몇은 기어코 데려가겠다고
그대의 핏줄을, 그대의 피붙이들을,
아직 아물지도 않은 그대의 상처에서 떼어내 간다
살이 떨어져나가는 아픔을
다시 한 번 느끼면서
예전에 살점이 뜯기는 걸 느끼며 얻었던
그대의 낫지 않은 딱지에서 낳은 자식을
몇 달도, 아니 며칠도 보지 못하고 빼앗긴 그대
더는 잃을 것이 없다는 듯이
그댄 눈물도, 피도 흘리지 못하고
숨이 멎은 채 그대의 생식을 멈추고 시들어간다
여위어가는 그대에게선 상실의 여운이
오랜 세월 뿜어져 나온다
뼈가 으스러져라 낳은 석류들은 어디로 갔을까
하루 하루 하루를 생각하면서
더 이상 다시 낳을 힘조차 없는
그대의 꽃잎은 이젠 파래질 기미가 없다
담벼락 아래 야생화들은 해마다 다시 피어
날마다 주위의 눈길을 받고
누가 뜯어가도 해마다 새아기를 낳는데
한동윤
그대는 얼마나 시린 가슴으로
터진 손끝의 핏방울로 열매를 맺었던가
어제는 겨울의 눈물에 흠뻑 젖었다가
오늘은 낙엽을 단 낚싯줄을 뿜어내는 바람에
손 끝 마다마다 부르터 갈라지고
그렇게 찢어진 상처 틈새로 봉오리가 맺히고
그 꽃망울에선 꿈에 부풀어
부끄럽게 웃으며 드러낸 입술 새로 이를 자랑하는
불그레한 석류가 난다
그대의 손끝에서 난 아기를
고이 보살피고 싶어서 그댄
손 끝에 고이 매달아 둔다 그대의 사랑을
그대의 손길로 석류는
지나가는 이들의 주목을 받고
새끼강아지의 풋내에 귀염을 느끼듯
몇 몇은 기어코 데려가겠다고
그대의 핏줄을, 그대의 피붙이들을,
아직 아물지도 않은 그대의 상처에서 떼어내 간다
살이 떨어져나가는 아픔을
다시 한 번 느끼면서
예전에 살점이 뜯기는 걸 느끼며 얻었던
그대의 낫지 않은 딱지에서 낳은 자식을
몇 달도, 아니 며칠도 보지 못하고 빼앗긴 그대
더는 잃을 것이 없다는 듯이
그댄 눈물도, 피도 흘리지 못하고
숨이 멎은 채 그대의 생식을 멈추고 시들어간다
여위어가는 그대에게선 상실의 여운이
오랜 세월 뿜어져 나온다
뼈가 으스러져라 낳은 석류들은 어디로 갔을까
하루 하루 하루를 생각하면서
더 이상 다시 낳을 힘조차 없는
그대의 꽃잎은 이젠 파래질 기미가 없다
담벼락 아래 야생화들은 해마다 다시 피어
날마다 주위의 눈길을 받고
누가 뜯어가도 해마다 새아기를 낳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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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고현로2님의 댓글

11월의 시인처럼 등장하셔서 왕성한 필검을 휘두르시네요.
즐감하고 갑니다.
건필 필건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