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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756회 작성일 16-11-09 11:43

본문



입동(立冬) / 안희선

지루한 세상에서 한참을 서성이고는
꿈을 닮은 마음 뒤켠의 사연을 쏟아낸다
한 번도 하늘에 닿지 못했던,
빈 주먹의 기도(祈禱) 같은 것들

그것들을 미행하다 보면
몸살나는 가슴파기가 있다
멀리서 보면,
하얗게 파헤쳐진 가슴 같은
화석(化石)이 있다
시간을 낚다가, 뜬 세월에 묻히는
한숨 소리 같은 게 있다

먼 곳에서 도착하는
낯선 빛의 물결이
한 줄기 가슴의 내명(內明)이 될 때,
조용히 다가서는 침묵

영하의 체온이 차라리 따뜻한
그런 시간엔
잠을 설친 시계도 진하게 웃는다
멈추지 않는 넉넉한
눈물 속에서
궂은 몸 털어내고,
선명하게 현신(現身)하는 한 켤레

.

.

.
낡은 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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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0

댓글목록

한량백수님의 댓글

profile_image 한량백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재즈 풍 음악과 어우러진, 마음을 후비는 세련되고도 사연 깊은 노래와 같은 시를 써주시었네요.
지루한 세상에서, 마음 속에 쌓아놓고 한번도 털어놓지 않았던 화석과 같은 사연들을 혼자 몰래 독백하며 쏟아놓으면
마치, 오래된 화석조각들을 보듯이 아련한 느낌이 들 때가 있지요. 그렇게 파헤져진 가슴에서는, 후련함인지, 이제까지 왜 이런 것들을 쌓아만 놨던지 하는 후회 섞인 한숨이 섞여나오기도 하고요. 그렇게 하면 이내 잠잠해지는 마음. 침묵.
낡은 사연들 한번씩 꺼내서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겠군요.

좋은 시와 음악에 머물다 갑니다.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제 나는 50의 마루턱에서 머리에 흰 서리를 이고,
어쩌면 가짜와 사기로 살아온 나의 반생을
감당 못할 수치와 뼈저린 후회로 돌이켜 보고 있다.
그리고 이제라도 시를 단념하고 내팽개치고 싶은
낙망에 빠져 떨고 있다.
그러나 내가 명기(名器)가 아닌 줄 너무 잘 알면서도
자신의 열띈 생명을 시 이외에 달리는 조율할 수 없음을
함께 깨닫는다
또 , 시야말로 일생을 걸어 전심전력을 바쳐야 하고
또 바치기에 가장 존귀한 일인 줄 이제야 알게 되었고,
나의 삶의 최고의 성실이 詩 이외에 없음도 알게 되었다


                        - 故 具常 시인의 <구상문학선>에서

시인님의 댓글을 읽다 보니..

문득, 구상 시인의 말씀도 떠올라서

시인의 말씀에서
詩의 道는 결국 人間修道의 길과 통함을 느낍니다

반면에, 저의 허접한 글은 그런 것과는 너무 요원한 거 같아서
부끄러움만 가슴 깊이 자리합니다


부족한 글인데

귀한 말씀으로 머물러 주셔서 고맙습니다
한량백수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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