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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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윤
그녀는 그 어떤 꽃보다도
붉은 살결을 가졌고,
그 진한 마음을 내보이는 피부보다도
더욱 강렬한 열정을,
아직 파랗게 젊은 청년도 따를
그런 열정을 가졌다
그녀의 신체 손가락 온갖군데엔
그녀의 끓어오르는 피가
터져나올듯한 기세로 부풀어올라
날카롭게 솟아올랐다
그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도록
그녀의 봄이란 짧은 세월만큼은
그 누구도 그녀의 아름다운 삶을
훼손시키지 못하도록
그녀는,
그녀의 지지 않는 생(生)을 위해
그 어떤 이의 달콤한 구애까지도 마다하고
홀로 열심히 그녀의 청춘을 불태우다가
봄의 마지막 날
오월의 마지막 해가 노랗게 지는 날,
그녀의 모든 삶의 결실을
봄의 마지막 이슬에 적시며
태양의 눈부신 손길에 드러내놓고
아름답게 반짝이는 살결을 뽐내며
지는 줄도 모르고
또 다시 정열적으로 지고 있었다
그녀의 환생을 위해
그녀의 붉은 영혼은
그녀 발 밑에 묻혀
다시 그녀의
뼛 속까지
깊이깊이 스며들고..
댓글목록
책벌레09님의 댓글

깊은 시심, 머물다 갑니다.
문운과
건강을 기원합니다.^_^
callgogo님의 댓글

치밀하고 날카로운 관찰에 감동받고 갑니다.
환절기에 건안하시고
복운이 가득하신 하루되소서, 한동윤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