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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사의 송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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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해룡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50회 작성일 16-11-06 05:26

본문

궁사의 송아지

 

 

축 늘어진 고목

누르듯이 지붕을 덮고 있네.

가라앉을 듯

잔뜩 웅크리고 있는 토담 초가집.

폐병으로 늙어버린 쉰 살 궁사와

일족이 살고 있었네.

 

어디서 왔는지

어떤 연유로

이곳에 살게 되었는지

아는 이는 없지만,

활솜씨가 신기에 가깝다는 얘기는

입소문을 타고 인근까지 퍼져 갔지.

병이 깊어질 대로 깊어져,

궁사가 거동하는 모습을 보았다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정월 대보름

척사대회가 열리는 날,

궁사가 첫 번째 활시위를 당기는 순간,

그의 눈에선 안광이 번득이고

강건한 화살은 영락없이 과녁을 꿰뚫었지.

그날 이후 토담집 앞에는

예쁜 송아지 한 마리, 집을 지키고 있었다.

 

꽃샘 추위도 지나가고

볕이 제법 화창하던 봄날......

이후, 궁사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전날 밤 시퍼런 불덩이가 지붕 위를 날았고,

동네사람들은 그것을 혼신 불이라고 하였다.

 

척사대회 때 궁사가 혼신을 다해 얻은

'송아지'만이 토담집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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