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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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뱀
거기에 있었니? 높은 콘크리트 옹벽, 담쟁이 넝쿨 잎이 지고 있었다 몇 남지 않은 이파리 사이 집나간 초록뱀이 숨어있었다 빙 둘러선 아이들, 초록뱀, 머리와 꼬리 빳빳하게 쳐들고 몸통을 반으로 접었다 이게 무엇으로 보이는지 말해보세요 파도요 지렁이요 누구 대답할 사람 더 없나요? 이건 뫼산 자에요 저기 산이 보이지요 그 산을 뜻하는 글자예요 이건 무엇으로 보이나요? 초록뱀은 똬리 틀고 앉았다 똥이요 냄새 나요 코를 움켜쥐는 아이들 초록뱀은 남은 담쟁이 잎으로 얼굴을 가렸다 아이들은 신이나 누구누구는 똥 쌌더래요 누구누구는… 초록뱀은 어쩌지 못해 빨간 혀를 낼름 빼물었다 한 아이가 스마트폰 속으로 잡아갔다 귀여운 이모티콘, 사이버 밀림 속 초록뱀, 날아다닌다 혀를 빼물고 귀요미 똥 싸고 귀요미 귀요미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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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로2님의 댓글

초록과 빨간색 거기에 냄새까지....
시가 이미지라면 현란한 이미지에, 고뇌하는 고수의 필력에 초록뱀처럼 혀를 내두릅니다.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현대시는 이렇게 써라 하며 감동의 담화문을 발표하시는군요. 제가 낮은 시안으로 초록뱀의 함의와 비유나 상징에 대하여 확실한 이해는 못했습니다만 넝쿨 사이를 능수능란하게 빠져 다니는 완벽한 시의 감흥은 만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