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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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저편 호수를 바라본다
비는 하늘에서 내려와 사랑을 싹튀우고
그냥 무던히 걷던길에 어느덧 읍습한 뭍의 가장 자리로
잡아 끌고
너는 수면위로 떠올라와 기척도 없이 내 시야에 와 있구나
이슬은 영롱한 숨을 내준단다.
그냥 대단지의 찌꺼기들이 오염된 물과 만나
누구는 너를 잉태 하였다 하지만 돌아보면 우연이란 없구나
밤길 가로등에 투시된 광경을 보면 네 얼굴은 잔디같고
작은 행운 같은 네잎클로버로 보인다 그래서 그대를 동경할 수 있구나
밝은 달이 휘영청 떠오르면 호수위 벤치에 맡대어
처음처럼을 담고 살다보면 힘든 날이 많은 굴곡이 많은 생의 강위
너는 웃음을 파란 미소를 띄었다
마른 자리 너른 자리 읍습한 자리 가장 자리
집을 짖고 군락을 뻦더니 온갖 미생물들에
공기의 방한칸을 내주고 숨을 내주고 그것들이 네 품안에서 자라
세상이 어떻게 경영되어지는지 너는 다 보았을테지
내게 어느덧 자리잡아 세력을 확장한 너는
이슬을 떨구고 푸른 마음을 조성해 돌담 밑을 응시하면
처마의 기억들은 눈부신 햇살아래 뛰놀던 시절과 맞닿아
아롱다롱 그리움을 던지고
희망은 너처럼 채이고 짓밟히고 뭉그려져도
오롯이 푯대를 세우고 뻗어
천천히 걸어야 한다고 뇌리에 속삭인다
댓글목록
책벌레09님의 댓글

"잔잔한" 시심, 머물다 갑니다.
좋은 시간 되세요.
추영탑님의 댓글

이끼와 나누는 묵언의 대화가 잔잔하게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음지에 생을 내려놓은 이끼의 낮고 작은
삶을 생각하면서, 읽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