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똥별 - 가니메데스의 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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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똥별 - 가니메데스의 물병-
한동윤
땅의 지지대에 하늘이 눈꺼풀을 감을 때면
서서히 모든 피조물의 눈도 함께 어둑해지고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한 어느 날 넓은 극장의 장막 아래서
하늘이 순식간에 닦아 없애는 물방울 몇 점을 본다
더위가 시작될 때 즈음
거대한 독수리가 낚아 채 하늘로 데려가
신들의 잔에 자신의 불멸할 음료를 따르게 된 한 왕자가
그리워하는 이를 생각하며 살짝 흘리는 건지
훌쩍이며 우는 모습을 감추기 위해서인지
눈을 감은 순간에도 솨악- 하고 눈꺼풀 밑으로 빠르게 흘러내리다
하늘의 피부에 보이지 않는 흔적을 남기며 말라버리는, 물줄기 몇 가닥
그렇게 일순간의 자취를 감추는 오묘한 향수(鄕愁)
어디로부터 흘러 어디로 떨어졌을지,
한없이 궁금케 하고 기다리게 만드는,
영롱한, 물방울들
그의 고향 어디론가 떨어졌겠거니 생각하고 있으면,
이 두 눈 속으로 이미 깊이 박혀 빼낼 수 없는,
그 애틋하고 애석한, 눈물.......
하늘에서 몇 방울 사라지고, 미처 닦아내지 못한 눈물들은
하늘처럼 어두운 눈동자 속으로 흘러들어와,
나마저 태초의 향수에 잠기게 한다
떠나와 버린, 떠나 버린, 그 그리운 이가
마르지 않을 물병에 비친 한 순간의 눈물처럼,
하늘 속을,
스친다
1년 전에 썼던 시입니다.
부족한 점이 많기에 여러분들의 감상과 비평을 자유롭게 표현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댓글목록
고현로2님의 댓글

시의 로망인 전 우주적인 웅장한 시를 쓰셨군요.
은하수 깉은 사유가 우주로 흐르는 작품 감상 잘 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시 많이 고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