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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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시계가 신음을 한다
시침과 분침을 모아 자정(子正)의 때를 알리며,
깊은 밤의 공소(空疎)한 피를 말려가며,
지나간 하루의 부피만큼 박제를 만든다
친근한 불면(不眠)과 함께, 이렇게 아직도 잠들지 못하는 건
잔뜩 망가진 몸과 지친 영혼, 그리고 곤궁한 삶이 인생에
차갑게 선물하는 진동(振動)때문이다
나를 비롯한 음울한 원근(遠近)의 가엾은 형제들이여,
이렇다 할 행운도 갖지 못한 폐허(廢墟)의 가슴을 지닌 자매들이여,
오늘도 까만 밤하늘엔 맑은 별들이 서로의 사랑을 도란거리고
가슴에 빛나는 꿈을 채워가는 달은 어둠 속을 즐겨 걷는다
그러니, 고단한 우리들도 한 밤 쉬고는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자
이 밤이 지나도록 가슴 조이는 환한 희망을 안고 내일로 나아가자
가벼운 날개짓 하는 은색(銀色) 구름들이 무리지어,
저 차디찬 암흑의 공간을 아무 망설임 없이 날으는 것처럼
- 안희선
Last Fascination
댓글목록
이태학님의 댓글

태양은 또 다시 떠오른다고 했죠.
건강, 건필을 기원합니다.
안희선님의 댓글

부족한 글..
머물러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이태학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