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영가(影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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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영가(影街) / 이 종원 |
청계천에 물소리가 끊어졌다 |
키 작은 나무들이 셀 수 없이 걸어들어와 |
촛불을 살리기 위해 바람을 둘러싼다 |
캠프파이어 같은 환호가 아닌 |
멍과 흉터를 스스로 지려는 고난의 순례 |
기꺼이 심지를 세운 침묵은 |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이 된다 |
누가 강물을 풀었는가 |
LED 전광판은 뒤늦게 배를 띄우고 |
장식용 옥상을 버리고 닻을 내린 것인가 |
북악을 배경으로 고뇌하는 충무 또한 |
혈서로 장계를 올리고 싶은 간절한 눈빛인데 |
이 불을 끄지 말라 |
물대포로 눈을 멀게 하지 말라 |
장벽을 높여 고인 물로 만들지 말라 |
섬은 스스로 고립을 만드는 일 |
덕수궁 돌담에 사랑을 맹세하던 어깨들까지 |
무릎 꿇고 석고대죄 중이지 않은가 |
강물은 바다로 흘러가게 놓아주고 |
부유하는 깃발은 걷어내어 살라버리고 |
이제는 문을 열어야 하는데 |
비와 바람이 섞인 광화문 해협 |
시간을 잃어버린 가을이 어둡기만 하다 |
가로등이 피같이 붉다 |
댓글목록
베르체님의 댓글

시인은 무릇 정의를 향해 언어로도 혁명을 해야한다
언어의 칼은 때로 글 쓴이의 인성에 따라 비굴의 그림자가 되기도 하지만
현실의 역경에 등불이 되기도 하지요
광화문은 이땅 역사의 굴곡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현장...
영가가 널리 퍼져 귀어둡고 눈먼자들이 깨어나길...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정의감이라고까지는 뭣하지만, 작금의 사태에 참으로 공분을 느끼게 됩니다
어처구니가 없어 분노에 슬픔까지도 자아내는 현실입니다. 토요일 광화문 청계광장에 모인 사람들의 가슴에도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도 같은 동질의 눈물이 흐르지 않았을까 합니다
거기에 비하면 보잘것 없는 글,,, 발길에 감사를 드립니다.
이태학님의 댓글

안개낀 광화문이 걱정스럽습니다
그러나 태양이 다시 떠오를 것을 믿습니다
날카롭지 않은데 울림이 큽니다
한 수 배우고 갑니다. 좋은 날 보내십시요.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언제쯤 그 안개를 걷어내고 맑은 하늘과 밝은 땅을 볼 수 있을런지요..
하늘만 바라보는 어진 백성들에게 이런 말도 안되는 황사는 더욱 더 없어야지요..
이시인님 걸음이 안개를 걷는 울림이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