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쑥한 사람 > 창작시

멀쑥한 사람

이영균

신랑 옆에 신부가 붙어

신혼부부가 되었다

처녀들 뒤만 기웃거릴 때까지도

저렇듯 준수한 줄 몰랐다

봄비가 내려도 쓸쓸하기만 했다

버려진 듯 가슬가슬 가을 다 가고 나면

한겨울 따뜻한 구들에 신접살림

깨가 쏟아지리라 생각했었다

노총각 시간만 죽이며 늙는 동안

처녀들은 모두 떠나고 그냥

어깨만 더욱 처져 장가들긴

영영 글렀나 싶었는데

어깨도 펴지고, 어찌도 되어

새신랑이 될 줄이야

그냥 세월만 죽인 건 아니었다고

은근히 그쯤엔 수작도 있었나 보다

긴 겨울 독수공방에 독수독수 하다가

늙어 꼬부라지나 보다 했는데

죽어도 제집에 뼈 묻으라고

새색시를 만났는데

그런 잉꼬가 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