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벤트> 잎들 > 창작시

잎들

부려진 포대들이 있다

송장처럼 공터를 지키다

활활 타고 말

주민자치센터 옹벽아래 잎들이 모여 있다

오글오글 시간을 때우다 취로사업 나간다

숭숭 구멍 나고 바랜 육신, 잎 끝이 바스러지고 있다

검버섯 손 하나가 담배를 피워 문다

알맞게 마른 잎, 불씨가 발갛게 잘도 탄다

쪼글쪼글한 할머니 잎들 쌀쌀한 날씨 꽃불을 쬔다

한창때는 울긋불긋 스스로 타올랐을 잎들

얼마간 제 빛을 찾는다 자치센터

주차기둥사이로 엉거주춤 햇살이 퍼지자

어둠에 앉아있던 잎들 주섬주섬 짐을 챙긴다

분신 같은 종량제 비닐봉투를 꿰차고

한세상 흩날리려 거리로 나서는 것이다

눈빛을 반짝이며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이다

널브러진 포대자루를 수거하는 청소차

앞서거니 뒤서거니 잎들이 따라 간다

햇살수의 펼쳐진 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