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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이벤트> 삼십육계 줄행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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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그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49회 작성일 16-10-28 08:34

본문

               삼십육계 줄행랑

 

   몇 해 전 수확을 코앞에 두고

   멧돼지 놈에게 고구마 밭 몽땅 내어주었다

   아내가 '콧구멍 넓은 그물 한 겹 그럴 줄 알았다'

   귓구멍에 딱지 못이 박히도록, 어느 날

   속옷 두벌 양말 두켤레, 휴대폰 끄고

   도망 길, 단풍이 어찌나 곱던지

 

   지난여름, 접시 백발백중 개똥모자 포수

   염소 불알만한 멧돼지 쓸개 두어 뿌리 뽑아가더니

   줄줄이 황소 불알 고구마, 겨울 한 철하고도 내년 봄까지

   하루 한 끼는 때우고도 남겠다

 

   가을걷이, 대충 철저히

   돈 장만할 일 아내에게 맡겨두고

   '난 모르겠네!'

   연례행사 혼자 줄행랑 또 도졌다

   직계 부고(訃告) 소식 외는 연락마라

   괴나리봇짐 내용물은 전(前)과 동(同)

   삼십육계 줄행랑 길, 오방색 갈바람이 날 반겨주더라

 

   죗값 톡톡히 치렀다

   오자마자 감기몸살 한 열흘 죽다가 살았다

   눈이 수~욱 들어갔다

   아내가 '혼자서 삼십육계 도망칠 때 알아봤다'

   깨소금 보다 더 고소한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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