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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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 안희선
강(强)한 모습으로 살아가야 낙오되지 않는 세상에서
때로는 약(弱)한 모습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내 안의 강인함이 모처럼 휴식하고 싶을 때,
은닉된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싶을 때,
의식적으로 외면하고 싶었던 나의 약한 모습에서 오히려
세상의 모든 것을 끌어안을 수 있습니다
한 번의 이별, 그리고 영원한 입맞춤처럼
그건 정말 의외롭습니다
그리하여 또 다른 출발이 나도 모르게 손짓할 때,
머금을 수 있는 미소가 낯설지 않다면,
나는 이따금
나의 약한 모습도 주저치 않으렵니다
내 영혼의 나무에 꽃이 모두 시들어지더라도,
그래서 비록 고독하고 슬퍼지더라도,
힘겨웁게 조금 남아있는 눈물을
그 메마른 나무에 따스한 위안처럼
뿌려주렵니다
그리하여 언젠가 다시 꽃 피고
힘차게 열매 맺을 때,
내 낡은 영혼에 드리웠던
외로운 나무의 그늘에 선선히 돌아와 앉아,
나의 약한 모습을 아련한 연민으로
오래도록 기억하렵니다
오늘처럼, 무심한 바람 부는
어느 이름없는 날의 한가운데서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댓글목록
고나plm님의 댓글

주말 아침, 이렇게 반듯한 시 한 편 읽게 되다니요
정갈한 차같은 시를 마시게 되다니요
고맙고도 고맙습니다
밖으로 나가는 거울보며 옷매무새를 추임합니다
callgogo님의 댓글

과한것의 끝이 없듯이
작은 것의 끝도 무한대 랍니다
안선생님의 시를 통해서
소심한 비현실을 현실속에 가두게
여러차례 채찍을 받고 갑니다
늘 좋은 시 고맙습니다
건강을 기원드립니다
안희선 시인님!
안희선님의 댓글

차마, 시라 하기엔... (그 무슨 생활일기도 아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그럽게 읽어 주신
고나plm 시인님, callgogo 시인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