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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화창한 가을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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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71회 작성일 16-10-24 23:25

본문

오늘 죽어도 좋을 것 같은 가을 아침이
새 소리로 시작되었다.
면도하다가 덥수룩한 머리
삐죽하니 튀어나온 흰 머리카락을 보면
어제는 비가 내리고
내가 얼마나 아파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팔순 어머니의 오금 펴는 소리가
내 손가락 마디마다 굽은 계곡의 휘파람소리였다는 걸
가족들에게 숨기는 게 미덕이라는
가장의 길은 고독하다.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이른 여섯, 부동산 실장님의 스카프가
낙엽보다 붉다.
음악은 없었지마는
거저 오고 가는 차들과 사람들의 옷차림을 보고
무슨 생각에 골똘하셨는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저 해가 잘 드는 창가가
그저 아무 이력도 없이 상념에 젖는 이 시간이
가끔 출입문을 열고 고개를 내미는
손님들의 내왕보다 희망이라는 것을
웅변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당신만 외로운가?
당신만 낙엽에 물들어야 하나?
당신만의 가을인가?

내게는 가족이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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