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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곁에 없는 시, 떠나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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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책벌레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747회 작성일 16-10-25 12:16

본문


  내 곁에 없는 시, 떠나간


  정민기



  유전자를 조작한
  블랙홀이 아기처럼 태어났다
  자궁도 없이 생긴 검은 구멍
  그는 바에 앉아 있는 여자처럼
  찰랑거리는 술을 마시고 있었다
  남자들을 한순간에
  청소기처럼 빨아들였다
  도화선에 불씨를 살려주었다
  무수한 입방아를 찍고 있다
  인색한 자린고비라고는 할 수 없다
  목숨이 순식간에 왔다 갔다 한다
  본디부터 지니고 있는 그대로의 상태
  그것은 아주 서툴고 어설펐다
  아주 시시하고 보잘것없는 것 같다
  허블망원경이 우주의 마음을 들여다보았지만
  품고 있는 사람이 전혀 없는 것을 깨달았다
  생각보다 헷갈리는 것들이 많다

  홀에 있는 그녀의 미소가 참 인상적이다
  그것은 직감으로도 알아차릴 수 있다
  은하수가 흐르며 그녀의 주위를 빙 둘렀다
  보름달은 웃음보따리를 풀어놓았다
  달무리가 진지하게 지고 있기도 하다
  어두운 표정이 느껴지기도 하고
  저 멀리 점점 밝아오는 흔적이 보였다
  그가 주머니에서 내놓은 작품은 수작이었다
  초저녁에 연기가 모락모락 달아난다
  그것은 낡고 헐어서 아주 못 쓰게 되었다
  그 땅은 지금 볼 수 없도록 황폐해지고 있다

  하늘을 그리다가 지우고 나서 우주를 그린다
  태양신의 황금 마차가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눈언저리가 갑자기 따갑고 화끈거린다
  별 밭에서 별 밭 지기가 한 획을 긋는지
  별똥 하나가 물방울처럼 똑, 떨어진다

  나는 그 와중에 가슴이 먹먹해
  두 눈 주머니에서 별이 떨어지는 걸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 ㅣ ㅁ, ㅎ ㅛ, ♡ ㅜ ㅓ 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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