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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할 가능성을 숨기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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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책벌레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787회 작성일 16-10-20 11:22

본문


  진화할 가능성을 숨기고 있는


  정민기



  이륙하는 수증기 착륙하는 비
  저 고갯짓은 알아들었다는 말인가
  고추잠자리가 떼 지어 날아다닌다
  혼자서는 제 몸을 지킬 수가 없어서
  나도 네가 곁에 있어야 내 몸을 유지할 수 있다
  말하자면 길지만 그건 바람과 같은 이야기일 뿐,
  날개 있는 천사가 어디 있겠는가 날개를 잃고
  이 땅에 살아가는 것이다 아마 너는 그럴 것이다
  나를 외면하고 돌아섰다가 식후에 다시 와서
  어디서 밥이라도 먹었니? 할 거라는 걸 안다
  착한 척은 지랄 나게 다 하고서 헤어질 때는
  뒤도 안 돌아본다 만약 길고양이라면 뒤를 돌아보며
  야옹, 울어주기라도 할 것이다 이 길고양이만도 못한 년
  내 청춘을 다 버리고서라도 너를 잊어버려야겠다
  생각하기를 수십 번이지만 도리어 너를 기억하는 건 내 마음
  거울 속 나를 보고 너를 본 듯 소리를 지를 때가 있다
  슬픔은 어떻게 표현할 수도 없는 것 그건 지구에서 나를 지워버리는 것
  너는 나를 무슨 선물 세트처럼 생각하고
  나를 다른 여자한테 선물할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나는 차가운 심장을 껴안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는 이런 내 마음이 산사태가 날 수가 있다
  얼마든지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다고 여겨진다
  좋지 않은 비포장도로를 달리다가
  이내 주저앉아 통곡하는 바람을 보았다
  너도 그럴 때가 있었구나 기억한다
  어제도 나, 오늘도 나, 아마 내일은
  내일도 나일 것이다

  진화할 수 없는, 혹은
  진화할 가능성을 숨기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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