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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이벤트>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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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童心初 박찬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749회 작성일 16-10-20 14:01

본문

아버지

 

 

         박 찬일

그는 누구였을까?

 

젊어서 난봉꾼 소리를 들으며

무던히 젊고 고운 어머니를 타작하던 그.

두 번, 세번 조부가 사주신 집과 그럴듯한 직장을 

술과 도박빛에 팔아버린 그.

마지막 작물과 농지를 헐값에 팔아치고

서울로 서울로 자식들 넷 데리고 단칸방 아파트로 전입한 그.

연탄짐을 지고, 공구리 리어카를 끌며 저녁이면

'울밑에선 봉선화야~'를 흥얼대며 소주병 차고 전세집 아파트를 비틀대며 올라오던 그.

자식놈 들록금이 없다고 당숙모네로 중2 아들을 손 잡아 끌고 간 그.

교실 밖에서 못낸 등록금으로 참관 수업을 하던 아들이 끝내 학업을 포기하고자 했을 때

하사관시절처럼 작대기를 들고 뻗친 아들의 엉덩이를 매섭게 때려대다 끝내 부러진 작대기를 던져버리던 그.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아는 건설회사 소장님 밑에 던져넣듯 아들을 소개했던 그.

제대 후 글쟁이로 돌아간 아들이 첫 고료를 던져넣자 저 놈 저 놈 제 할아버지를 닮았다며 집안 대소가에 소문내던 그.

그런 돈을 집 늘려가려고 당신 통장에 모아놓았더니 큰누나 미용실 기계 산다는데 몰래 줘버린 그.

배부른 며늘아이를 위해 슬그머니 꼬깃대며 모은 돈을 집어주던 그.  

그 좋아하던 술로 인해 지하철 계단에서 낙상하여 행려병자로 뇌수술을 받는 도중 선몽하여 아들의 이름을 부르던 그.

천석꾼의 자식으로 서울 변두리와 변두리를 꿰어보려는 듯 16번씩 이사하며 변두리 인생으로 생을 마감한 그. 

온갖 궂은 일 다 격어보고 홀로 선산에 들어가 틀어박혀 28년째 나오지도 않는 그.

가을바람 스산하다고 아침저녁 낙엽이 떨어져 내릴 때 문득 문득 찾아오는 그.

 

당신은 정녕 누구십니까?

 

 

2016.10.20

추천0

댓글목록

핑크샤워님의 댓글

profile_image 핑크샤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님, 아버님이 어째 시인님과는 전혀 딴판이신지요?
아니면 선배님도 혹여 제가 모르는 "끼"가 숨겨져 있는지요?
암만 생각해도 피는 못속인다는디~~!!!,
제가 본 선배님은 반듯하시고
정도 많으시고
특히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시는 좋은 분 이십니다
하시는 일 대박 나시길 바라고
특히 건강에 신경 많이 쓰세요
제가 하루아침에 폭싹 늙은 기분입니다
수술한번하고나서 이렇게 마음도 몸도 달라질 수가 있을까 싶습니다
사업도 번성하시고, 문운과 건강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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