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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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맥심
1.
삶은 곧 나다
이 세월에 그대가 있음을 기뻐하라
그대는 너, 또 다른 나를
대신한 삶일 테니
2.
내가 나를 못 믿던 오늘의 침침한 일상이다
내 눈을 의심하며 눈까풀을 까발리던,
내 각막을 찌르는 또 다른 나
내 속눈썹의 내밀한 자해였다
내가 나를 쑤시던 하루
내가 나를 비비던 종일
아! 어느새 울긋불긋
부쩍 화창해진 계절이구나
내 삶이 여태 침침했던 건
내 안이 웅크린 반란,
잠시 괴롭다고 슬퍼하거나 노하지마라
살아있는 한, 언젠간
행복해질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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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쉬킨의 시구 차용
댓글목록
麥諶님의 댓글

사람
신혜경
한문수업 시간
정년퇴임 앞둔 선생님께
제일 먼저 배운 한자는
옥편의 첫 글자 한 일(一)도 아니고
천자문의 하늘 천(天)도,
그 나이에 제일 큰 관심사였던
사랑 애(愛)는 더더욱 아니고
지게와 지게작대기에 비유한 사람 인(人)이었다
마흔을 훌쩍 넘은 지금도
사람 인(人)자를 바라보고 있으면
등 기대고 있는 한 사람이 아슬하다
너와 나 사이가 아찔하다
(신혜경·시인, 19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