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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이벤트> 남이 쓰는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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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기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798회 작성일 16-10-22 02:35

본문

남이 쓰는 자서전

 

 

낙엽을 기록하는 건 나무를 사랑하게 하는 일이다

펜과 종이로 나무의 뇌를 뒤흔드는 계절

 

사랑은 마약성 물질이다 도파민 같은 것

은행나무가 자웅이체라는 사실에 발정한다 노란색은 젠더의 상징이여야 한다

 

나무가 섹스를 하는 상상,

한국산 포르노 같은 상상을 한다

한국에서는 포르노가 불법이다

영화에서는 가짜로 한다

 

가을 밤, 가로등에 비친 은행나무를 기억한다 색이 소멸되는 시간 광원을 따라가는 노란 그림자

 

책상 앞에 앉아, 보이지도 않는, 노란색을 묘사한다, 노란색이라는 이름을 알기 전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던 것,

노란색의 상징 : 자신감, 지식,

이런 건 상징이 아니다, 누군가 부여한 태도 같은 것.

 

차라리 황금색이 낫다

누구나 부를 떠올릴 수 있다

 

너의 그늘에 여자가 있다면 그리고 네가 수나무라면 너는 여자에게 환희를 느낄 수 있을까 개에게 흥분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너도 여자를 사랑할 수 있을까 열매 맺지 못하는 너도 산란을 겪을 수 있을까

 

종이에 어설픈 글씨를 휘갈기는 밤입니다 눈물에 젖으면 글씨가 번집니다 잉크 냄새로 가득 찬 공간은 언제나 가을입니다 생각하면 나는 지금 낙엽을 줍고 있습니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꽃잎으로 점을 치듯이

낙엽을 주우며 점을 칩니다

 

세상에 낙엽이 너무 많아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사라지지 못하는 계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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