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 황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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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黃昏) / 안희선
어린아이들의 모래장난은 진지하여서
말릴 수가 없었지만
어느덧 날이 어둑하고 해는 저물어
손을 털고, 묻은 모래를 털고,
돌아가야 한다,
바다를 닫을 시간이다
쌓았던 모래성은 파도에 지워지고
비로소 이제 나도 가볍다
사람이여, 사람이여,
부질없는 모래사람이여,
내 홀가분한 안녕이
너의 충만한 기쁨이라면
나는 내 방 깊숙한 곳에서
푸른 꽃 한 송이 피울 수도 있겠다
세월 지운 오랜만의 안식으로
따끈한 茶 한 잔도 마실 수 있겠다
댓글목록
두무지님의 댓글

바다에 쌓은 모래성처럼 무너지는
인셍의 황혼기를 그리셨군요
밀물이면 씻길 모래성,
그러나 또 쌓고 희망을 빌어보는
또 다른 지혜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인생의 꿈과 기회는 무한한 것 같습니다.
건강과 건필을 빕니다.
안희선님의 댓글

한 편의 작품이 (그렇다고 제 졸글이 작품이란 뜻은 전혀 아니고)
아무튼, 글이 글을 쓴 이의 손을 떠나면
그때부터 작가의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
대체로 관객들은 무대 위에 올려진 작품의 전면만 바라볼 뿐
무대 뒤의 이야기는 알 길이 막연하지요
하여, 공개되지 않은 무대 뒤의 상황까지도
전달할 수 있는 글의 수준이 되어야 하는데
매 번, 그러하지 못함에 저 자신의 지독한 한계를 느끼곤 합니다
다만, 나이만큼 지고온 세월의 무게를 내려 놓고
모든 욕심을 내려놓고 정신을, 혹은 마음을
깨끗한 차 한 잔에 풀어내고 싶었단 말씀 하나만 드립니다
부족한 글...
관심으로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두무지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