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벤트>다비장(茶毘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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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장(茶毘場)*1
박찬일
"스님 나오세요.불 들어갑니다."
"스님 뜨겁습니다. 빨리 나오세요."**
산과 산이 손잡고, 온 산 가득 붉고 노란 단풍빛이 터지는 날
파아란 하늘 아래 구성계를 내려놓은 나무들이 삭발식을 한다.
자작은 자작대로, 솔은 솔대로,떡갈나무는 떡깔나무대로,싸리는 싸리대로...
저 붉음은 떠나는 날 마지막 법복을 입는 모습이리라.
저 노람은 이마와 가슴을 땅 가까이 내려 절하는, 아상(我相)을 내지 않기로 다짐하는 과정이리라.
혹덩이처럼 붙었던 몸체의 오만,편견,자존심,선입견을 비우고,아프게 매달렸던 탐진치(貪瞋癡 탐하고 성내고 어리석은 마음)를 내려놓으며,
아~하!
아~하!
참회하고 집착하지 않기로 하는 모양이리라.
묵언과 하심으로 나를 내려놓고 나를 찾아 나를 떠나는 길 이리라.
육안을 법안으로 바꾸어, 때 지난 깨달음으로 더 이상 모래로 밥 짓지 않는 행위이리라.
자물쇠 잠그듯
꼭꼭 묶어 두었던 푸른 조각들의 아픈 속내들이
깍인 머리털처럼 바닥에 하나 두~울 뒹굴고
손에 손 잡는 나무들은, 꽃 잎처럼 붉고 노란 편지
나에게 보내는 유언장을 쓴다.
2016.10.20
*다비(茶毘)
마지막 생을 정리하는 범어 자피타(jha-pita)를 음역한 말로서
분소(焚燒).연소(燃燒)등으로 의역되며 스님들의 유해를 화장하는 일을 뜻하는 말
**“스님 나오세요, 불 들어갑니다”
“스님 뜨겁습니다, 빨리 나오세요” -민문자님의 시 다비장(茶毘場)에서 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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