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 창작시

집으로 가는 길

치킨과 헌책 그리고 남방셔츠가 동거한다

계약 동거인 게 지요

서로 사생활은 모른 척 하기로 했어요

계약서에 도장은 찍지 않았지만

혹시 이웃이 눈치챌지도 몰라 입을 두 번 묶어 주기로 했어요

부스럭 소리보다  입 냄새가 소문을 퍼트릴 수 있기 때문이에요

낡고 퀴퀴한 좀 벌레 그 찌꺼기가 한두 개 어렵고 난삽한 곳에 아직 머물러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향기로운 레몬 향 넘치는 옷이 교양을 버릴지도 몰라요 고함은 느닷없이 뱃속에서 고요한 틈을 노리고 있거든요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둘 사이를 중재하려면 최고의 딜러는 먹방이에요 최신 유행이지요 하지만 흉내 내기일 뿐이에요 향기와 맛, 감촉이 빠져 있어요 리얼리티가 아니에요 사진, 음악, 영화처럼, 거래는 몸으로만 하기로 해요 생생한 경험 말이에요

치킨은 자신의 입을 꼭 닫기로 했어요 약 올리려는 것은 아니에요 백종원처럼 친절한 것도 아니에요

불완전한 동거는 계약과 서류를 잊기로 하고 잠시 침묵하는 시간이 필요해요 궁금해하는 비밀은 그 힘으로 입을 열고 화해 할 것이에요

그럼 잠시 뒤에 보기로 해요

안녕

어쩌면 하얀빛을 반쯤 그리워할 지도 모를 일이에요

쉿, 

옷을 입은 치킨과 책을 보던 생맥주가 몸을 섞는 혼전 관계 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