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은하수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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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은하수를 보다
늦여름 숲은 벌레소리로 가득했다
소리들은 별빛을 닮았다
그렇게 생각하자 늦여름숲이 밤하늘처럼 빛나기 시작했다
등골나물 꽃무더기 아래
잎을 반너머 떨어뜨린 귀룽나무 그늘
쓰러져 썩어가는 떡갈나무 그루터기 틈
미처 깨닫지 못한 덤불에도 별빛이 돋아났다
쓰르쓰르- 귀뚤귀뚤- 찌이찌이-
귓가에 두근두근 은하수가 흘렀다
찬바람이 불고 가을이 다가들자
별들은 금새 빛을 잃어갔다
별들은 불을 끄고 어디로 갔을까
숲을 나오며
숲속 어딘가에 젖은 몸을 벗어놓았을 별들을 생각했다
울음만이 찬란한 빛이었던
댓글목록
쇄사님의 댓글

한 번 읽으면, 좋다
두 번 읽으면, 참 좋다
세 번 읽으면, 네 번 읽게 된다
감상하고 물러납니다.
달못님의 댓글의 댓글

읽어 주시고 공감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오늘도 점심시간에 가까운 우면산에 산책을 갔었는데 이제 벌레울음소리가 거의 사라졌네요.
시간이란 위대하고 절대적인 존재인것 같습니다.
때가 되면 왔다가 때가 되면 가야하는 생명들.
그렇지만 생명가진 것들의 '삶, 살아감'은 별빛처럼 찬란한 것이 아닐까 문득 생각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