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4] 전생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전생(前生) /
나의 친구 중에는
신발을 버리지 못하는 이가 있다
제법 큰 신발장을 만들어 놓고
아주 낡은 신부터 새신까지 모시고 산다
남달리 신발에 집착하는 벗을 떠올리면
혹여 전생에 지네가 아니었나 싶다
신발장은 일종의 친구의 제단(祭壇)
삶이 있는 곳으로 길을 찾아다니느라
창이 닳고 코가 부운 신들은 그의 分身
전생에 맨발로 기어 다닌 수많은 길과
길 위에 새겼을 발의 자취들을
이제는 저 신발들이 대신하고 있으니
친구는 신발의 제단(祭壇) 앞에서
경배(敬拜)라도 하는 것은 아닐까?
한 생의 처음부터 끝까지
묵묵하게 바닥으로 살아온 것들이
발이거나 신발이거나
그들의 말없는 희생을 생각한다면
경배(敬拜)를 한들 뭐가 이상하리?
이번 참에 나도
거친 가시밭길에서도
고르지 못한 돌밭 길에서도
날 보호해 줄 제단(祭壇)하나 만들어볼까!
댓글목록
안희선님의 댓글

음..
女辯님은 캐톨릭을 신앙하시면서도
전생을 하나도 이상하게 생각 안 하시네요
저는 무종교인이지만..
心情的으로 전생이란 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 왜?
세상엔 우연을 가장 假裝한 필연이 너무 많기 때문이죠
(이 우주에 원인 없는 결과는 하나도 없는 법 - 그니까, 저절로 이루어지는 건 없는 법)
지네 신발도 그러하구요 (지네는 발가락도 많아서 신발도 유난히 클듯)
이 참에, 제단 하나 만드시는 것도 괜찮을듯요
저는 제단이 넘 많아, 처치 곤란이지만 (웃음)
잘 감상하고 갑니다
꽃맘, 핑크샤워 시인님
늘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기에요
핑크샤워님의 댓글의 댓글

전 크리스찬이지만 의심많은 크리스찬이지요,
그래서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답을 찾으려 하지만 결국 못 찾는 어리석은 인간에 불과 하지요
제 친구는 불교신자라서,전생을 믿지요
지네였다는 저의 말에 일응 수긍을 하더군요
시인님,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곽진구님의 댓글

에궁..댓글 쓴 것 다 날라갔네. 쓸데 없는 소리라고 알아서 삭제 됨..ㅋㅋ
핑크님! 진짜 좋아요. 시가..
꼬집을 것 꼬집으면서 결국 우리를 보듬으며 승화 시키는 고수님!
데낄입니다. 핑크님의 시의 밑바닥에는 늘 우리를 향한 뜨거움이 흐르고 있어
세상의 발바닥 같은 저는 지원군의 깃발처럼 꼭 펼쳐 봅니다.
글고 사적인 감상을 떠나 시 자체가 좋습니다.
핑크샤워님의 댓글

곽진구 시인님 들르셨군요
제가 오히려 시인님의 글에서 배우는게 많습니다
무의식 속에 모든 성스러운 것들은 낮은데로 흐른다는 말에 일응 수긍을 하고 있는지라
글을 그리 쓰나 봅니다
부족한 글에 과분하신 칭찬 놓고 가시니 오늘 저녁은 안 먹어도 배가 부를 것 같습니다
내일부터 휴일 입니다..즐거운 휴일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책벌레09님의 댓글

잘 감상했습니다.
좋은 시간 되세요.
핑크샤워님의 댓글

정민기 시인님,
오늘부터 휴일 입니다
시인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