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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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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49회 작성일 16-10-10 08:25

본문

포도원

 

이영균

 

 

야산을 일구어 포도란 작품을 썼다

첫해는 하루에도 몇 번씩 퇴고해도 자람이 성애 차질 않았다

삼 년째 쓰고 또 쓰자 겨우 작황이 보인다

파랗고 작은 울림들 송이를 이룬다

어느 음악당의 협연이 저리 싱그러울까?

짜르르 짜르르

 

이로써 포도란 작품은 퇴고를 마쳤다

하지만, 애상치 못한 부분들이

퇴고 되지 않아 돌연 모가 난다

좋은 작황을 위해 수혈이 필요했다

수작만 선별하여 내다 팔아야 했는데

각고의 퇴고 덕에 좋은 작품으로 선별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계에 봉착하여 내몰릴 위기를 맞았다

아쉬움에 너스레를 떨수록

부실함은 더욱 심하게 드러난다

누차의 퇴고도 이젠 방법이 아니다

작품을 버리고 새로 써야 했다

원고지를 모두 정리하듯 과수를 모두 베어냈다

 

며칠 후 뿌리째 뽑아버리러 갔을 때

그루터기엔 나무의 흐느낌인 듯

수액이 흥건하게 땅을 쓸어안고 있었다

농부는 삽 끝의 땅처럼 번민이 깊다

 

퇴고 되지 못한 생의 한 곡절

머릿속에 투명하게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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