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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14) 허수아비 겨울나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909회 작성일 16-10-10 10:12

본문

 

(이미지 14) 허수아비 겨울나기

 

밤낮을 텅 빈 들판에

放牧도 아니고

불량아도 아닌데

들판에 우두커니 세워놓고

이 겨울을 지내라니

여름내 수고한 보람

이제는 관심도 없지,

고슴도치도 제 식구는 챙겨주는데,

 

그동안 서서 지내며

무릎 관절 탈 나고

밤이면 불침번 서느라

불면증에 걸렸는데

병원에 갈 수도 없고

누가 걱정해주는 사람도 없지만,

그러나 날마다

맡겨진 임무는 충실했다

 

주인이 너무 무심한 탓에

조울증이 걸리기도 했고

참새의 수많은 유혹 뿌리쳐

구두쇠 영감으로 불렸는데

이제는 아무런 관심도 없으니

몇 달째 실어증에 걸려

옷깃만 펄럭이면 서 있다

 

이른 아침 안개가 몰려와

주변을 감싸 위로하지만,

감사를 받아야 할 대상은

우리 집 주인이다

한 줄기 바람은 애꿎게

찢어진 옷자락을 막무가내

갈기갈기 찢긴 운명처럼

오장육부 심장까지 흔들어댄다

 

虛數처럼 빈털터리,

일을 맡겼으면

감사의 정이라도 주어야

알찬 곡식 수확하며

물 한 모금 없는 주인 나리님!

풀지 못한 抑何心情,

오늘도 들녘을 바라본다

 

이제는 살이 빠질 것도 없다

텅 빈들의 참새들 날마다

마음껏 내 어깨를 짓누르고,

지나가며 누구든 쉬어가라고

옷깃은 펄럭인다

 

그러나 바람은 무심하다

세월도 너무 냉정하다

가을은 떠나는 것뿐이다

땟물에 절이고 찢긴 옷자락

누구든 지나며 쉬어가라는

펄럭펄럭 무언의 메시지는

저무는 세월에 소리 없이 묻힌다

 

아직도 텅 빈 들에 허수아비

겨울로 가는 들녘에 넋으로,

그건 허수아비를 아직 서 있게 한

사람과 가을 아쉬움의 몸부림이다.

추천0

댓글목록

별들이야기님의 댓글

profile_image 별들이야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논밭 주인님이 잘못 하셨네요ㅎㅎㅎ
불랑배도 아닌데
허허 벌판에 홀로 두고 밥을 주나
겨울이 와도 걱정을 해주나
관절이 아파도 돌봐주길 하나
혼자 불침번 서라니
시인님에 마음이 참으로 곱습니다
재미 있구요

두무지님의 댓글

profile_image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냥 재미있게 유추해 보았습니다
허수아비를 보면 뭔가 마음이 정감이
가는 이유를 글로 써보았습니다
함께해 주신 성의 감사 합니다
평안을 빕니다.

잡초인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잡초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허수아비 겨울나기가 힘겨울 듯 합니다
탈난 무릎 관절이 겨우네 시릴것 같은데
무탈하게 겨울을 새고 새로운 봄 멋진 모습으로
다시 논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 합니다

callgogo님의 댓글

profile_image callgogo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참, 좋습니다.
시인님의 관찰력과 창의력의 승리입니다.
저도 같은 맥락의 글을 썼지만
무언의 메세지가 너무 좋습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시인님 !

두무지님의 댓글

profile_image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막연히 바라보는 허수아비가
가끔은 무언가 마음에 울림을 줄 때가 있습니다
그냥 생각나는 것들을 써 보았습니다
귀한 발걸음, 좋은 말씀 감사 합니다
건필과 평안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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