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1] 나의 삶에는 비상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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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에는 비상구가 없다/
나의 삶에는 비상구가 없다
눈을 감고 잠자리에 들라치면
사방이 높은 벽으로 둘러싸인
지붕이 없는 작은방에
갇혀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 방안에서의 삶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사막 같다
그런 방에서도 시간은 흘러간다.
봄이면
사각의 하늘에서 내리는 꽃비가
방바닥에 닿기도 전에
봄볕에 붉게 달아올라
재가 되어 하늘로 날아가 버리고
여름에 내린 비는
흘러내릴 길 없는 방안에 갇혀
점점 깊어가는 호수가 되며
가을에는
세찬 바람에 실려 온
마른 낙엽들의 무덤이 되어가고
겨울에 내린 눈은
목까지 차올라 심장이 얼어가도
벽은 높고 빠져 나갈 구멍은 없다
시간은 흘러가도 탈출구는 없다
탈출을 포기할 때쯤이면
가까스로 잠에서 깨어나서
안도 아닌 안도의 숨 내쉬며
하루 삶의 무게를 견디다 못해
혹여 하는 맘으로 비상구를 찾는다
내게 비상구는 도피처가 아니라
지친 삶을 스스로 격려하기위하여
잠시 숨을 돌리는 간이휴게소일 뿐이다
댓글목록
안희선님의 댓글

내가 알기론, 시인은 크나큰 아픔이 있는 거로 안다
- 다름 아닌, 혈육을 먼저 떠나보낸 아픔
"내게 비상구는 도피처가 아니라
지친 삶을 스스로 격려하기위하여
잠시 숨을 돌리는 간이휴게소일 뿐이다"
그래서, 시인의 시에선 <휴게소>라는 말이 종종 등장하는 거 같다
한편으론, 시작과정에서 <심장>이란 말도 이따금 쓴다
한 독자의 입장에서 볼 때..
시인이 그 같은 말을 왜 자주 쓰는지, 지금도 "저거다" 라고
딱 점을 쳐 말할 수는 없겠으나 - 내가 시인의 삶을 관통하는 것도 아니겠기에
대략, 다음과 같은 심정에 관련이 있지 않나 싶다
즉, 뭔가 시인에게 절실하게 자리잡고 거부할래야 거부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대상 , 혹은 때때로 가슴이 답답할 정도로 물밀듯
시인의 심장을 억눌러 오는 그 무엇, 그걸 다른 말로 대치할 수 없어서
사용하게 된다고나 할까
비상구...
그것이 도피처가 되던, 간이휴게소가 되던, 잠시의 탈출구가 되던,
이제는 마음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잘 감상하고 갑니다
꽃맘 시인님,
핑크샤워님의 댓글

안시인님, 돗자리 깔으셔도 될듯요^^
이성적으로 제 안에 깊은 슬픔을 하나씩 하나씩 건져 내봐도
그건 이성적인 순간만 유효 할 뿐
일상을 차지하는 저의 감성은
가슴을 억누르는 깊은 슬픔이 맞습니다
근데,
저를 잘 안다는 친구들은 제가 부럽다네요,
참 아이러니하죠?
저는 그런 친구들이 부러운데 말이죠!
귀한 걸음 고맙습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