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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육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56회 작성일 16-10-07 23:55

본문

 

길고양이

 

 

보도블록처럼 촘촘히 끼워진 집들과 빌딩들 틈으로 난 잡초들

어딘가 깨어진 보도블록 사이로 급히 이사 간 나의 작은집

운이 좋다면 혹은 누군가 밟지 않는다면 담쟁이 잎처럼

보도블록 하나 감싸 안을 수 있겠다.

춤추는 풀잎 사이로 차가운 보도블록 사이로 오고 갈

준비를 하는 나는 잔뜩 웅크린 검은 고양이

누군가 동전 한 닢 떨어뜨릴 때면 입맛을 다시는 한쪽 눈이

반달 모양으로 박힌 불친절한 길고양이.

회색빛으로 한쪽 풍경만 바라보는 건

당신들이 할퀴고 물어뜯고 간 상처가 아파서가 아닌

낮술에 취해 광장 한가운데 누워 편한 치유를 하기 위함이다.

나는 잡초도 시들어버린 질컥한 길 가 한쪽에

숙취에 빗물을 다시는 웅크린 검은 길고양이

나를 버린 주인 따위는 기다리지 않는다.

자존심과 서러움 따위도 없는 나는 웅크린 검은 길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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