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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숨을 고르니
이 먹고 살기 바쁜 세상에
저 멀리 뜬 허공으로 잠기는 소리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뇌까리면서,
구부러지는 길 한 모퉁이에서
넉넉한 자태로 바람을 부르는 나무에
공허한 땀이 밴 피곤한 몸을 기대었다
회색빛의 습기찬 하늘도 아랑곳 하지 않고
가지 가지마다 반발하는 푸른 숨결은
마음 속에 응어리진 갈증을 무색하게 하고,
죽은 자식을 품은 여인의 자궁 같은 황량한 삶은
어깨로 부터 손 끝에 전해지는 짜릿한 전류에
뭉쳐있던 고단한 피를 쏟는다
비릿한 가슴의 진공에도 어질하니
모처럼의 숨고름이 낯선 안식에 채워질 무렵,
반역할 수 없는 침묵으로 흘러 들어간
폐차 직전의 엔진소리는 왠지 쓸쓸하다
그 소리는 아련하게 들리는 종소리의
마지막 향기를 닮아, 물의 숨소리처럼
손 쉬운 자살을 꿈꾸게 한다
오늘도 세상이 숨쉬는 신문은 구겨져
휴지통에 쳐박혀 있지만,
끊임없는 도주의 그늘 속에 잠재운 세월은
여전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것은 꿈에서나 좇아가던 허영과는 달리
生에서 우러나오는 진짜 모습을 말해주기에
- 안희선
댓글목록
레르님의 댓글

숨고름
두 다리 안정시켜 하늘을 담고
두 팔 벌려 바람을 마셔
심장을 잠재워 세상을 본다
이제 들리는 모두가 평온하고
이제 보이는 모두가 시세상이다
숨을 고른다는 것
아마 인내의 또 다른 표현아닐까 하며
건강하시라는 인사 놓고 갑니다
안희선님의 댓글

어제는 대출받은 캐나다 은행 Scotia Bank 로 부터 빚 상환 독촉을 받았습니다
맘 같아선, 야반도주라도 하고픈 심정..
어쨌거나, 나에게 유일하게 남은 벗은 시밖에 없기에
- 한때 진실한 벗으로 여겼던, 사람들은 저로 부터 모두 떠나갔지만 (웃음.. 그게 인지상정인 걸)
시를 빌어, 넋두릴 펼쳐 봅니다
산다는 건 확실히 (김영삼 ver.) 苦인 거 같아요
글 같지도 않은 글인데
머물러 주시니 고맙습니다
레르 시인님,
레르님의 댓글의 댓글

제가 희선님 사연을 들어야 하는것은
다는 아니지만 어느 한곳에 머문 상처가
어쩌면 동일한 선상에서 뿌려지는 눈빨처럼
똑같이 내리기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그건 나이를 넘어 인생이라는 한 줄기에서 소생하는 하나의 가지가
같기 때문이기도....
여긴 얼굴도 성격도 서로가 가진 과거도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단지 시라는 매개체로 서로 공유하며 사는 곳이기도 합니다
비워있는 사람은 채워지기도 하고 넘치는 사람은 버리기도 하는
그래서 제로섬은 경제학에서 통용되는 용어가 아니라
글로만 모든것을 표현하는 이곳에서 천칭처럼 작용되기도 합니다
자기 기준,잣대,중심,이기,터집,틀
부끄러운 얘기지만 저 조자도 그런 마음을 먹고 있다는....
비정상적이만 표현하지 않는다는...여긴 제로섬의 영역이니...
누군가 낮으면 높게 나는 꿈을 가지시라고
높게 난다면 낮게 나는 자세를 가지시라고 서로 존중해줘야
공생할 수 있다는 일차적 진실만 가질 수 있다면.....^^
새벽
여긴 초겨울 날씨로 가는 가 봅니다
몸도 사색도 움추리다 보니...우선 건강하시어
두루두루 살펴 주시는 눈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기를 바라며
미천한 레르가 한말씀 올립니다
안희선님의 댓글

이곳이 개인의 신세타령이나 하는 곳이냐..
하는, 질타의 말씀 같아서
그런 의미의 글은 아니었고..
저의 경우 예나 지금이나 한 편의 의도적인 글(차마, 제 글은 시라 할 수 없어서)을 쓴다는 작업은
즉, 제가 관심을 두고 글을 쓴다는 작업은 대부분의 경우 속박된 현실로 부터의
자유를 의미합니다
그건 제 보잘 것 없는 꿈인 동시에 한계이기도 합니다 (어쩌겠습니까, 제 역량이 그것밖에 안되는 것을)
말씀하신, 높은 꿈 같은 건 저와는 지극히 안 어울린다는 생각
동시에, 허접하기 짝이 없는 글의 대상이나 혹은 소재는 꼴에 다채로울 수 밖에 없음을 ..
혜량하시고 혜량하소서
거듭 머물러 주시고, 귀한 말씀을 주시니 고맙습니다
레르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