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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길을 나서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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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60회 작성일 16-10-08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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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길을 나서다가
소슬바람에 옷깃을 여민다.
출근길 내내
길가의 가로수가 손짓한다.

조급할 것 하나 없지 않은가?

재촉하는 이 또한 없지 않은가?

조금만, 아주 조금만
욕심을 죽이면 한결 편해질 텐데

쪼기 듯 살았다.
쫓기는 삶은?
스스로 선택한 길이지 않았나?

놓아버리면 그것이 끝이라고
정년을 생각하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라고
노년의 삶을 준비하기에는
너무 부족한 것이 많다고
아이들의 꿈을 지켜 주기에는
너무 할 일이 많다고

그럴 때마다 약속을 생각한다.

비루하지 않고
통속하지 않으며
고고한 학이 될 수 없어도
풀잎을 헤치는 나비는 될 수 있고
여명을 여는 이름 모를
새 소리로 숲에 남으리

그런 약속들이어야 삶은?
우리에게 조곤조곤 이야기를 풀어놓을 텐데

오늘도 쫓는다 돈을
돈으로 살 수 있는 풍요를
그러나 집을 나설 적에는 빈 지갑
어쩌면 돌아올 여비만 있으면 행복인 줄
모르는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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