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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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 안희선
저 길은 먼 하늘처럼 멀고도 아득하여,
이글거리는 세상의 열기 속에
타들어가는 영혼의 목마름을 닮았다
지친 발걸음 쉬려해도 그늘 하나 없어
땀방울 떨구며 마른 입은 갈증에 허덕이고,
허우적대는 팔놀림만 건조한 공간을 갈라
떨어지는 눈물 한 방울은 순식간의 증발
끝내고 싶은 이 노정(路程)은
오히려 너를 향한 깊은 그리움이 되어
끈질기게 따라붙는 내 그림자로
길 위에 새겨지고
하늘 떠가는 구름 한 조각, 소망처럼 흐르면
넌 언제나 꿈 속의 길
그건 나의 황량한 길에 겹쳐 흐르는,
오아시스 가는 길
그 길 끝난 저 하늘 앞에서
나는 최후의 안식(安息)처럼,
조용한 기도를 네 앞에 무릎 꿇어 올리려 한다
가다 쓰러져 이 거친 대지 위에,
한 점 슬픔으로 날아 오르더라도
댓글목록
핑크샤워님의 댓글

시인님의 사랑의 대상이 어머님이던, 아님 마음의 연인이던
그 분은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요!
누군가로부터 한결같은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그것만으로 세상을 살아온 보람이 있을 테니까요
고운 시심에 머물다 갑니다
안희선님의 댓글

인간이라는 존재의 有限함 속에서
그 어떤 無限함이 깃든다는 게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일로 여겨지기도 해요..
나로 부터 벗어난, 他者로의
형이상학은 지금까지는 계속 절망이었는데
그래서, 이때껏 나만 믿고 살아왔고 (그래두 믿을 건 나밖에 없어서)
하여.. 나를 떠난 낯선 곳으로 초월하는 일은
언제나 두려운 일이기도 했다는
문득, 나의 모든 절망을 희망으로
환치하고 싶은 날...
내 차갑고 황량한 삶에도,
진실로 아무 조건없는 사랑의 대상이
깃들 수 있는 것인지 생각해 봅니다
글묶음용으로 좀 다듬어 보았는데,
퇴고가 아닌 역시나 퇴보한 느낌
부족한 글인데
고운 시선으로 머물러 주셔서 고맙습니다
꽃맘, 핑크샤워 시인님
늘 건강하시고 건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