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작은 이별 > 창작시

어떤 작은 이별

긴 여행길 앞에
외투를 집어 들고
모자를 고쳐 쓰고
배낭은 가벼운 그대로
시선은 여기를 쓸고
저기를 쓸고 흔적을
조금씩 지워갔다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동료들과의 좋았던 때와
그렇지 못한 시간 모두
웃음으로 쓸어 담으면서
그것도 담아 가져갔다
손잡고 악수 나눴지만
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따듯한 목소리의 여운만
권태로운 햇살같이 남아
그것이 내일부터 없어지는구나
그 생각에 모두는 그의 등을 보며
돌연 화들짝 놀라며 인사를 한다
이는 떠나는 이는 어떨지 모르나
남은 자에겐 정말 쓸쓸한 처사다
긴 한 숨에는 겨울 입김 서리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