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들의 시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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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들의 시짓기
시 때문에 세상이 존재할 필요는 없지만
또, 지금은 시가 없어도 아무렇지도 않은 세상이지만
그렇다고 하여 사람이 사람답지 않은 세상에
시는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사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기도가 아니며
기껏, 사람이 神도 아닌 주제에 사람이 주장할 수 있는
가장 올바른 이유도 못된다
멸망의 秒를 다투는, 하늘에 그어진 높은 線
사람이 롯데월드타워스러운 높은 모자와
免稅찬란한 외투를 벗고 났을 때,
서로의 가면과 총칼을 과감히 던지고 났을 때,
그리고 나서도 길고 기나긴 순례 끝에야
가까스로 지울 수 있는
그 線
지금의 사람들은
솔직히, 정말 솔직히, 아무 善도 바라지 않지만,
시는 온갖 罪의 은신처로 부터
쇼생크 탈출처럼 끊임없이 탈출하고, 탈출하여
쓰라린 자신의 역사를 오래 오래 울고
그저 먹방 - 잘 먹고, 색방 - 잘 싸는 일만이
지극히 소중한 사람들은
그런 눈물을 눈여겨 보지도 않겠지만,
그래도 세상의 어떤 바보들은 시가 사라지기 전까지는
바보스럽게 시를 지으리라
왜냐하면,
시가 사라진 후에 시를 쓰는 이는
정말 아무도 없겠기에
심지어, 진짜 바보라 해도
- 안희선
Ain't no sunshine
<사족스러운 Note>
시, 허망 그 자체를 의미하는 한
바보들의 소망은 소망으로서 끝날 공산이 더 큰 듯 싶고..
지금은 명백한 혼돈의 시대
또한, 시대의 흐름이 그런 거 같다
사는 동안 잘 쳐잡숫고, 잘 싸질러대는 게 Well - Being 이라고
사실, 인간의 정신적 특질은 意識밖에 없는데.. (굳이 동물과 구분짓자면)
요즘 사람들은 그런 게 오히려 거추장스러운듯
그러면서 지들 먹거리에 위험스런 구제역 방제한다고,
산 동물들을 생매장하고
어찌보면, 참 우습지도 않다
차라리, 동물들은 거짓없는 순수함이나 지녔건만
요즘은 거의 멸종된 바보들이 어디에 가던 사람 대접도 못받고,
시라는 걸 쓴다고 한다
정말, 바보스럽지 않은가..
댓글목록
곽진구님의 댓글

어제,,ㅎㅎ 시인님의 영혼과 저의 영혼이 태양과 지표면을 잇는 햇빛 한가닥 같은 아스라함으로 이어져 있는듯,
어제 밤새 비가 내리길래, 어떤 시인님께 편지를 보냈지요. 내가 멸종하지 않는 한 시는 멸종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시를 누구를 위해 쓰겠습니까? 저 아닌 다른 누가 시를 읽으며 시에게 사료를 주건 밥을 주건 무슨 상관 있냐고, 시를 쓰고 시와 함께 살아가는 것 자체로 구원된 시공을 제가 살아가는데 다른 사람의 의견이 무슨 소용일까? 그렇게요. 식탁에 둘러 앉아 감자를 파 먹는 어둑한 촛불 속의 배고픔은 붓으로 구원 받아 참담의 미학이 되지요. 무엇이건 그림으로 시로 보게 만드는 것, 그것이 세계를 구원하고 그기 사는 저를 구원하는 시의 까닭은 아닐까? 그렇게요. 반대를 위한 반대처럼 시를 위한 시는 멸종이 마땅한 것도 같습니다. 시는 잘 쓴다면 우리들을, 별볼일 없다면 다만 저 자신을 구 낫게 이해하게 만들기만 해도 멸종을 면할 이유가 있는듯도..비 그치는 날도 비가 오기 시작한 날처럼 비의 비린내가 납니다. 비린내를 가진 것들은 살아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감사함요,
안희선님의 댓글

요즘은 보행이 불편해서 시장도 잘못갑니다만..
어물전에 가면 강하게 풍기는 비린내
아, 맞아
싱싱하게 살아 있던 것들은 죽어서도 부패한 악취 대신 삶의 생생한 비린내를 풍기는구나
시도 그러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곽진구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