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야 > 창작시

이모야/광나루

어두워 보이지 않지만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보면

내 곁을 떠난 빛들이 거기 모여 손짓하고 있다

까만 옷자락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반짝이는 눈망울 속에 추억이 녹아

아직도 붉은 연지를 닦지 않았다

무명바지

검정 고무신 신고

목화밭 고랑을 더듬으며 다래를 따먹고

들판에 핀 하얀 꽃 클로버

줄줄이 이어 손목에 차고

앞산에 곱게 핀 진달래 꺾어

한 잎 물고

머리에 꽂고 마주보며 웃던

이모야

그리도 다정하게 내 손목 잡아주고

손톱에 봉숭아 꽃물 들이면서

들려주던 노래 아직도 내 귓가에 있는데

여름날 마당에 모깃불 피워놓고

옥수수 구워 하모니카 불다

검댕이 가득한 내 볼을 만지며

웃고 또 웃던 그 웃음 아직도 내 곁에 있는데

감나무 위에 올라

가지 하나씩 타고 앉아 따먹던

그 감은 지금도 열리고 있는데

이모야

모습은 어이하고 추억만 안기는가

상한 췌장이 미워 얼굴에 핏기를 말리더니

살마저 떼어 놓고 가시만 보이더니

깜박거리던 눈마저 싫었는가

이제는 떠나가

밤하늘에 별이 되어

나의 빛이 되어

그리운 나의 이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