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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헤엄치는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00회 작성일 16-09-19 00:00

본문

인생 동안 한두 방울 허투루 안 모은 완성된 술 한 병 가슴 지닌 채

깊어질 테면 테라지 여의치 않을 배회로 무명산 속에 빠져드롯다.

귀근歸根할 낙엽들 긁어 되 말 수고 없는 돗자리 한 평 깔아

소중히 꺼낸 이 술에 취해 어미 만나는 단잠 들려 한 것인데

*귀근 : 뿌리로 돌아 갈.

 

시내도 대숲도 풀꽃도 제도 다

남모르게 이슬 닮던 그 곡주 빨 주 안다여

마주치는 곳곳 달빛이 머문 빈 잔 흔드네


그 곡哭은 그 곡식이 아닌데

*哭 : 울 곡, 울다, 통곡하다.
기가 차서 느드리 술맛이나 아느냐고

내 마실 몫을 한 잔씩 덜다 보니

어느새 동난 술병엔

시원한 바람이 득음했소.

 

그리 나의 잔 줬으니

다시 느들 잔 받아서

 

확 트인 대야에

대나무숲 소요를 담아

*소요 : 여럿이 떠들썩 함. 그런 술렁거림과 소란.

목청 한가득

맑게 마셨다.


정취에 겨워 곯아 버리자

부처 손바닥 닮은 햇귀가

*햇귀 : 해돋이 때 처음 비치는 빛. 

하늘 기지개 펼세

 
먼 산에 뽀얀 안개 개켜두고
서방西方도 너머
*西方 : 서유럽
세속 어딘가 
아뇩보리 종 치러
아침이 머리 위 지나네.
*아뇩보리 :  아눗타라 사미아크 삼보디. 가장 완벽한 깨달음을 뜻하는 말. 산스크리트어.
 
아, 날 샜다.
 

이리 또 달 뜬 경치가 날 구원하였나?

슬픔에 빚은 술 취해

육신의 아낌을 끊어내려 했으나

맘먹기면 심미안부터 비워야 거늘

감상에 젖어서는

마천루 야경 때문도 실패였고

못 산 척만 다하였네, 나는.


주정도 병이다

기왕 이 지랄 난 거

여태 짠술만 모았으니

단술도 맛 들여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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