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그 아이를 사랑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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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명산 귀곡 자락에
가지에 달빛 엉킨 시퍼런 대추나무 아래에
여인이 홀로 걷던 음지를 반디 끌어다 비춘 자야
어찌 한낱 뿔 달린 잡귀가 옥황의 무녀를 품으려 했을꼬
매 그믐, 선경 못에 세속의 때 씻기고 기도 올릴 몸
그르메 거두고 기척도 훔치라 요령껏 알아야 니가 산다
소문이 자미궁까지 닿아 천신이 기침하시거든
사인검 부려 네까짓 목 이기자면 쥐 새도 모르는 게라
니 대추나무 처소에 목맨 만삭의 태아였던 놈이 뭘 알겠느냐
신을 모셔야 할 무구한 몸이요, 사랑하면 죄가 되는 신분이다
내 높으신 명 받은 호위령인 본분보다 연민이 앞서
잔재주로 산지기 자처한 네놈 행력이 기특해 눈감아주었다
허나 그 여인은 택발된 신녀기 전에 평범한 인간이다
크고 쓴 액을 가둬 단명일진데 후에 빈자리 뭣으로 채우겠느뇨
너도 아릴 것이고 그도 아릴 것이니
정녕 사모에 편치 않거늘 슬며시만 아끼고
연 맺기를 진정이면 그 뜻에 하늘도 감명하리라, 다만
거목도 썩는 광음 지나 환생을 기약하라, 당부이다.
또 오면 죽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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