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적등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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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적등본 / 테우리
본적은 이미 씨 말라버린 태초의 흔적일 뿐, 종이 몇 장에서 글자와 숫자로 만난 가족들 한 자리다. 호주를 중심으로 일찍 저승으로 떠난 직계존속들, 개중 오리무중인 방계의 삼촌과 사촌들, 분가의 낙인으로 조금은 어색해진 이촌들, 무촌의 처자와 부지런히 가꾼 비속의 일촌들, 어쩌다 얼굴 없는 친족들도 몇 줄 행간으로 얼씬거린다
사실 이 자리엔 아무도 없다. 이 시각 이승 어디쯤에 비칠까 묘연하다. 그럼에도 한 가족임을 증명해야하는 종이 몇 장, 거슬러보면 결국 한 뿌리 뿔뿔이들 다시 흩어질까 한데 묶어놓는다. 한 칸 한 칸 차곡차곡 쌓으며, 잠시라도 뭉뚱그려보자며, 어쨌든 문장의 마디 마디 새로이 추스르며 뼈대의 마디 마디 한 식구라며...
때마침 마주친 창밖 가로수, 추락의 초상들
하르르 흐트러진다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예전엣것 다시 다듬고 올립니다만, 아직도 어딘가 허접합니다
레르님의 댓글

어찌보면 우리 모두 종이속
인물들이 아닐까요?
족보,계열,파,몇대 손 속에
그녀가 배머리에서 맞았던 바람보다
더 시원한 바람이 부는거 같습니다
즐겁고 건강한 하루 되십시오
김태운 시인님
두무지님의 댓글

어쩌면 가족 분포도 시의 행간처럼 느껴 집니다.
부지런히 가꾼 비속의 일촌은 결국
타인과의 만난 부부, 그러고 보니 사람의
인맥도 그릇에 담아야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좋은 시상에 공감하며 물러 갑니다
건필을 빕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레르님, 두무지님의 방문
반갑습니다
예전에 써두었던 것
허술하다 싶어 다시 만지작거린 거랍니다
맨날 하는 짓거리
다시 꺼내보면
또 고칠 게 보이지요
감사합니다
추영탑님의 댓글

십여 년도 더 전에 동사무소에 가서
호적등본을 떼어달라고 했더니, 아, 이런
그렇게도 귀에 익은 호적등본 대신
제적등본을 떼어주더군요.
세상이 이리 변한 줄도 모르고 세상을
산다고 밥을 먹고 있으니, 밥 아까운 줄 알아야겠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
김태운.님의 댓글

호적등본을 요즘은 가족관계증명이라던데요
제적등본은 예전에도 있었고요
저도 헷갈립니다만, ㅎㅎ
세상 변할 수밖에요
우리나라도 지진이 저리 여단법석인 걸 보면
항상 몸 낯춰야겠습니다
오래 살려면...
감사합니다
쇄사님의 댓글

'어딘가 허전합니다'
제 호흡에는 조금 남습니다^^
제가 이런 꼬리물기 호흡을 워낙 좋아하지만
브레이크를 밟고 있다가 떼고
악셀(맞나?)을 밟는 게 일반적인데
제적등본은 다짜고자 악세레다(맞나?)을 밟으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지적하신 것 허전한 것 뭔가 미흡한 것 찾느라 무지무지 고생햇습니다
마디 마디릏 엑셀로 삼아 일단 밟아봤습니다만...
역시 부족한 글 감사합니다
힐링님의 댓글

인간사의 흔적을 남기고 싶은 내면의 깊은 충동들!
문자가 생겨나면서 가장 먼저 족보루부터 시작해서 역사를
이루고 싶었던 계보를 엿보게 합니다.
이런 명절 때는 더더욱 근원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은
바로 여기에 기인한 인간사의 내면을 다시금 보게 하는
거울인 것을 유추해 봅니다.
그만큼 시적 완성도를 치열하게 쌓아 올리는
그 힘을 유감없이 보여주는것이라고 사료 됩니다.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예전엔 이맘때쯤이면 좋든 싫든 모두 모엿지요
요즘은 뭔가 부족합니다
물론, 글도 그렇고...
귀한 걸음
감사합니다
이종원님의 댓글

언젠가 그 제적의 등본을 발급했는데 X자로 지워진 선조들의 함자가 다소 낯설게 느껴젔던 기억이 납니다
나, 우리 또한 그렇게 헐거워진 종이 속에서 다시 지워질 것이지만...
한장씩 멈칫거리다가, 발버둥치다가 떨어지는 낙엽 한장이 바로 그런 모습이겠구나....
좁아졌던 동공이 확장되었습니다.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이 글에서 동공이 확장되었다면,
누구 책임일까요? ㅎㅎ
아침부터 엉뚱한 소리입니다
어쨌든 독자의 몫
글자를 나열해 놓은 것에 불과한데...
감사합니다
시엘06님의 댓글

등본과 가로수를 대비시킨 부분이 압권입니다.
결국 흩어지고 마는 가족사!
서류 한장으로 멋진 글을 엮어내시는 솜씨가 부럽습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쓸 데가 있어 등본을 뒤적거렸지만...
정작 필요한 사람은 막상 소식이 깜깜하다네요
인감이니 뭐니 떼어야하는데...
해결책은 도무지고...
대신 시답잖은 글로 떼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현로2님의 댓글

아픔이 있으신가요?
저도 가족관계증명서라는 졸시를 엮어본 적이 있었는데...
그건 폭망했어요^^
바쁘고 정신없어서 짧은 댓글 죄송합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그렇게 비쳤나요?
예전엣것 다시 얼버무린 것이랍니다
이리저리 고처봐도 여전히 미완성인 듯...
아무튼 푹 삭히다 또 다시 거내봐야지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