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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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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책벌레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778회 작성일 16-09-17 00:01

본문


  生日


  정민기



  마당 시멘트 틈에 잡초를
  맨손으로 뽑는 것으로
  아침을 맞는다 어제는
  한가위 보름달이 두둥실 떠올랐고
  오늘은 나의 서른 번째 생일이다
  하늘에서는 쌓아놓은 장작더미가 와르르
  쏟아질 것처럼 우중충하다 나무들도
  오늘은 춤바람이라도 난 듯 막춤을 추고 있다

  누구도 봐주지 않는
  오후의 춤,
  아무나 출 수 없는 춤,
  뿌리째 뽑히지 않는 단단한 각오로
  잘 다져진 춤,
  스산한 바람이 불어오고
  낙엽이 어디론가 몰려간다
  달떡은 하늘에 떠서 콩고물도 내려주지 않는다
  시골에서 도시로 돌아가는 귀경길
  휴게소에서 우동 한 그릇으로
  썰렁한 초가을을 즐긴다

  머리카락 흩날리며
  나무는 한 곳만 바라보고
  코스모스 한들한들 경적을 울리는데
  절묘하게 버무려놓은 삼합
  추석, 생일, 달떡

  벽에 매달려 떼쓰는 달력
  어느새 스르르 그대로 잠이 들었다
  일렁거리는 벽의 가슴
  가을 애호박은 구수한 된장찌개로
  구구절절 동쪽에서 문제를 냈는데 서쪽에서 맞힌다
  저녁별이 펜 촉에서 머뭇거리는
  오늘은 나의 生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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