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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보지 않은 곳에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750회 작성일 16-09-17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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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가보지 않은 곳에 / 안희선


    문득,
    내가 가보지 않은 곳에 가고 싶었다

    미처 수습하지 못했던 삶의 잔해가
    휑하니 널브러진 곳에
    내가 애써 외면했던 아픈 시간들이
    차라리 착한 꿈이 되어,
    안개 같은 인간의 숲에서 배회하고 있었다

    먼 하늘에서 살며시 내려 온 태양도
    대지를 포옹하며, 골고루 구석 구석에
    눈물어린 따스한 온기를 나누어 주고 있었다

    이곳에서 불안한 건 오직, 나밖에 없었다

    언제나 나보다 한 발 앞서 달아나는
    내 마음은 여전했다
    꿈꾸던 아름다운 삶이 늘 그렇게,
    나를 지나쳐 앞서 달려간 것처럼

    생각하면, 아무 것도 아닌 나

    원래 잃을 것도 없건만,
    왜 항상 잃고 살아왔다고 느껴졌던지

    그렇게 홀현(忽顯)한 구름처럼 걷다 보니,
    더 이상 갈 수 없는 곳에서
    이윽고 나도 없어지고
    저 멀리 보이는 하얀 산 위로
    창망(蒼茫)한 허공만 푸르게 빛난다

    하늘에 이르는 길이
    더 이상, 지상(地上)의 길이 아닌 곳에서
    내 앞에 소리 없이 열린다

    누군가 오래 전 부터 마음 한 자리 비워둔 곳에
    비로소 즐거운 숨을 쉬기 시작하는,
    야릇한 영혼 하나가
    하늘에서 동아줄을 타고 내려온다

    그와 인사를 해야 할지,
    망설여진다

    하지만, 나는 이곳에서 이미
    내가 없어진 것도 모르고






    Free as a bird



 

 


ahspoet11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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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베르사유의장미님의 댓글

profile_image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님 안녕하시옵니까
같은 여성분을 뵈니 엄청 더 반갑사옵니다
명절엔 공주님처럼 편안하게 잘 보내셨사옵니까

아 물론 아니라 생각은 되옵니다만 . . .
그럼 오늘이라도 한 번 그렇 게 우아하게 예쁘게 사랑스럽고 즐겁게 행복하게 잘 보내시옵소서
라랄라 랄라 라랄라

우애류충열님의 댓글

profile_image 우애류충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성의 골을 상승시키고
독자를 정신없이 몰아붙입니다.
숨 쉴 틈도 없이 긴장감으로~

1연을 읽고 나니 2연이 궁금하고...
다음연이,,,또..

여긴 비가 내립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지으시기 바랍니다.
참 좋은 詩 잘 감상했습니다. 안희선 시인님,^^

안희선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부족한 글인데..

귀한 걸음으로 머물러 주신
장미 시인님, 우애 시인님

감사합니다

날마다 좋은 날 되소서

日日是好日



* 참, 장미 시인님..

전 이때껏, 치마 입은 적은 한번도 없다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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