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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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말끝마다 눈이 침침하다
눈을 부릅뜨곤 했는데
나도 가끔은 그런 친구가 미안해서
야 나도 눈이 침침하다 했다
그런데 정말
눈이 침침해지는 거야
작은 글씨는 알 수 없는 미궁으로 풀어지고
초점을 잡을 수 없는 촉을 숨기지
이를 어쩌나
아직 쓸 일이 많은 눈인대
그래 뜻하고 말하면 이루어 진다든가
눈을 비비고
눈을 부릅뜨고
눈을 자꾸 눈을 생각했다
그리고 웃었지
별것도 아닌데 우리는 웃었지
값싼 노동에 팬티가 젖어 있었지
런닝구에는 소금 지도를 그려 놓았지
원숭이처럼 걸어 본 사람은
사타구니가 헐면 자연스럽다는 걸 알아
게슴츠레 눈을 뜨면
세상은 보이지 않는 것보다
보는 것이 더 알 수 없는 미궁이란 걸 알아
친구와 이리 환하게 웃을 수 있는 건
같이 늙고 있다는 것이지
친구의 머릿속이 훤해지는데
귀밑머리는 모자를 삐져나와 눈발인데
말끝마다 그랬을까 저랬을까
이제 막 점심을 먹고 누웠는데
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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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곽진구님의 댓글

세상은 보이지 않는 것보다
보는 것이 더 알 수 없는 미궁이란 걸 알아
초면에 한 수 읽고 갑니다.
감솨함요,
아무르박님의 댓글

네, 감사합니다.
문운이 깃드시길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