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무릎 / 테우리
홀로서기 훨씬 이전, 어느 어둑한 정낭으로부터 불현듯 꼬리치며 솟구친 씨물의 샘이다. 우연한 흐름은 필연을 구실로 삼은 자궁으로 처소를 옮겼다. 세상으로 탈출하자마자 기던 흔적은 한동안 물렁한 속성으로 꿇으며 뻐근한 근성으로 버티던 몸부림이었다. 간간 틈이 생긴 무심결에서 가끔 허리를 폈으나 의식이 출렁이는 순간, 다시 꿇어야한다. 헤엄치듯 계속 기어야한다. 머잖아 쭉 펴는 그날엔 불가마에 태우거나 칠흑 속으로 눕혀야한다. 마디 마디 지루한 흔적이 환해질 때까지
나잇살이 거북이등짝처럼 부쩍 버거워진 요즘,
육갑을 물어뜯는 관절이 절룩거린 생각이다
벌초하며, 차례를 지내며
댓글목록
고나plm님의 댓글

슬하, 라는 말 생각나네요
옛날 어른들은 비가오면 아프다 했네요
좋은 시 잘 읽고갑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슬하!
그렇습니다
부모의 슬하에서 벗어나자마자 버거운 인생의 슬하가 또 기다리고 있었지요
그래서 꿇어야만 햇던 기억들...
그걸 슬기로 벗어나야 했는데...
아직도 전 그 슬하의 신세지요
감사합니다
추영탑님의 댓글

육신 중 팔굽 다음으로 제일 많이
구부렸다 폈다 하는 무릎,
인간의 걸음은 자꾸 무릎이 쭉 뻗어 쉬고
싶어하는 그날로 향합니다.
그날이 그날인 줄도 모른 채, 혹은
알아도 애써 잊으려 하면서······
감사합니다. ^^
김태운.님의 댓글

팔굽은 물론 무릎이 없는 일본의 어느 투지인간은 바람도 잘 피웁디다만
사지가 멀쩡한 전, 벌써부터 헉헉거리며 비실거리는 생각들 뿐입니다
답잖은 글 탓이려니 변명하면서...
쭉 뻗을 그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자문자답이나 하면서...
그걸 초월하려면 이 답잖은 글과 멀리해야할 텐데...
맨날 횡설수설입니다
감사합니다